이야기 속의 토마토
토마토는 원래 남미 해안가 사막 덤불 속에서 자라는 크기도 작고 쓴 맛이 있는 가지과에 속한 식물이었다. 주로 멕시코에서 재배되었는데 토마토라는 이름은 고대 아즈텍 언어 토마트(tomatl)에서 유래된 것으로 '포동포동한 과일'의 뜻이라고 전해진다.
17세기 초 광해군 때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이라는 현대판 백과사전에 의하면 '남만시는 풀에서 열리는 감으로 봄에 심고 가을에 열매를 맺는다. 맛은 감과 비슷하다고 해서 한자어 감 (시)로 명명한 듯하다. "사신이 남만에서 중국과 조선에 종자를 가져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토마토는 날 것으로 먹기도 하지만 식재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토마토가 과일인지 채소인지 논란거리가 되어왔다. 미국의 경우 오래전 관세법에서 세금과세 품목을 분류할 때 과일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채소에만 부과하였기 때문에 세금과 관련된 이해 관계자들에게는 분류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었고, 미국 연방법원은 토마토가 후식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소로 판정한 경우도 있었다. 미국에서 토마토는 감자 다음으로 많이 소비되는 작물이다.
토마토케첩의 정체성
토마토케첩은 우리나라 식품공전의 유형분류에서 소스류에 속한다. 토마토케첩은 "토마토 또는 토마토 농축물을 주원료로 하여 당류, 식초, 식염, 향신료, 구연산 등을 가하여 제조한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한편 소스는 "동,식물성 원료에 향신료, 장류, 당류, 식염, 식초 등을 가하여 혼합한 것이거나 또는 일르 발효,숙성시킨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토마토는 각 국의 쉐프들이 즐겨 사용하는 소재로서 열을 가하지 않고 샐러드 재료로 많이 사용한다. 생 토마토를 반으로 잘라서 해부 하듯이 내부를 자세히 관찰하면 바깥쪽은 과벽, 중심부위는 중과피, 전체적으로 씨앗을 둘러싸고 있는 반액체 상태는 젤리와 과즙으로 구성되어 있다.
젤리와 과즙에 들어있는 산의 농도는 과피의 2배 정도이기 때문에 토마토를 자를 때 어떻게 절단 하는가에 따라서 과육과 과즙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달라지므로 맛도 달라 진다.
토마토케첩과 소스 모두 국내 식품법상 '소스류'로 분류되어 있지만 토마토케첩은 토마토라는 특정원료를 명시하였고, 소스는 다양한 동,식물성 원료를 사용할 수 있고 발효, 숙성하여 더욱 깊은 맛까지 발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향후에는 토마토케첩보다 소스의 시장성이 더욱 확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토마토라는 단일원료를 사용한 초가공식품 토마토 케첩보다 다양한 원재료와 발효,숙성에 의한 감칠맛까지 발현된 콘디먼트(condiment)를 선호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견해로 케첩의 원재료를 반드시 토마토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바나나를 주원료로 하면 노란색깔의 바나나케첩이 되고, 블루베리를 사용하면 블루베리 케첩이 될 수 있다. 실제로 18세기 초 영국에서는 토마토가 아닌 버섯을 사용한 진한 갈색의 양송이버섯케첩이 유행한 사례도 있다.
토마토케첩이 빨간 이유
덜 익은 토마토의 특유한 풀냄새는 걸쭉할 정도로 가열하면 사라진다. 특유한 풀냄새의 정체는 티아졸이라는 황화합물질 때문이다. 덜 익은 녹색의 토마토에는 솔라닌이라는 독성이 있을 수 있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라는 서양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빨갛게 완숙된 토마토에는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다. 생 토마토를 가열조리하면 죽과 같은 성상의 빨간 퓌레가 되는데 식품공장에서 대량으로 제조하는 토마토케첩은 수입산 퓌레 또는 페이스트를 주원료로 사용한다. 국내에서 생으로 섭취하는 토마토는 가공적성과 경제성이 낮기 때문이다.
토마토가 빨간 이유는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리코펜성분 때문이다. 리코펜은 강력한 항산화제로서, 피부와 눈 건강에 좋고,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토마토케첩이 달콤,새콤한 이유는 토마토 퓌레 이외에 설탕, 식초, 향신료 등의 부재료가 혼합되기 때문이다. 향신료에는 양파, 육두구, 정향, 계피, 후추, 마늘, 겨자 등을 사용한다. 브랜드마다 풍미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향신료에 기인 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콜라처럼 각 제조사마다 향신료 레시피를 비법으로 숨기고 있다.
진한게 좋다는 역설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은 오래전 자사제품의 토마토케첩이 진하다고 점성을 강조하기 위해 TV광고에서 케첩병을 거꾸로 든 체 케첩 용기를 툭툭 내리쳐도 잘 흘러내리지 않는다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점성이 강하면 토마토 함량이 많이 들어가 있을 것이라는 소비자의 확증편향 심리를 광고에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토마토 퓌레를 무한정 많이 넣을 수도 없기 때문에 '잔탄검'과 같은 점도를 올리는 증점제를 첨가하여 적당한 점착성과 점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점성의 진실은 점도를 높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첨가하는 '증점제'라는 식품첨가물에 있는 것이다. 가정용 케첩보다 식당이나 외식업소에서 사용하는 업소용 케첩이 가정용케첩보다 일반적으로 점성이 높은 이유는 증점제 함량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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