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며 증시 상승을 주도하던 '저주가순자산비율(PBR)주' 열풍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신용거래융자까지 불리며 투자에 집중했지만 열기는 빠르게 식는 모습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3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9조6320억원으로 연초(1월 2일) 9조200억원과 비교해 6.78%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코스피는 오히려 0.75% 감소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예고하면서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이자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심리가 자극된 모습이다.
특히 코스피 시장에서 빚투가 늘어난 이유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이 주로 코스피 시장에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저PBR 종목으로 꼽히는 것은 자동차와 금융주다. 외국인 매수세가 가장 많았던 현대차와 기아는 8일을 기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각각 신용거래융자잔고가 65%, 121%씩 급증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신용거래융자잔고도 올해 들어 113%, 179% 불어났다.
증권가에서는 설날 연휴 휴장이 저PBR주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수 있다고 예고된 바 있다. 실제로 이번 연휴 이후 일부 저PBR주들은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며, 저PBR주가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만큼 외국인의 순매수에도 코스피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설날 휴장 이후에는 추석보다 약세 흐름을 덜 받기 때문에 일반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평균적으로 설 연휴보다는 추석 연휴 이후에 주가가 하락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슈가 적은 설 연휴 기간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축소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코스피 시장에서 저PBR주 위주로 차익 매물이 출회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중 매수 종목도 변화되는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 관점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1차 반영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며 "한국은 일본의 선례가 있어 정책 예고 후 약 2~3주 만에 일본 증시의 2개월 움직임이 대부분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데, PB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상승한 기업들의 경우 주가 낙폭이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지금은 올해 한국 증시가 저PBR 주도의 시장이 될 것이냐, 고PBR 주도의 시장으로 회귀할 것이냐를 판단하는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짚었다.
또다른 변수는 시장의 예상보다 높았던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여파로 보인다. 이로 인해 미국 증시가 혼조를 보이자 코스피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저PBR주의 강세도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물가가 예상치를 웃돌자 저PBR주 업종 랠리 영향으로 강세를 보였던 코스피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코스닥 대비 코스피가 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저PBR주로 꼽히는 현대차 역시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도 2.04% 떨어지며, 3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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