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출근하지 않으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의료대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 됐다.
20일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안과병원은 진료 대기 시간을 50~60분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환자들이 대기한 시간은 1시간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과 병원을 찾은 한 환자는 "1시간 30분째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평소에도 의료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지금 더 악순환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안과 병동의 19개 진료실 중 불 켜진 진료실은 2개뿐이다. 다른 병동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대다수의 진료실이 깜깜한 가운데, 강원도 강릉에서 왔다는 환자 A씨는 "종양 내과에서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며 "확실히 다른 때보다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진료도 몇 달 전에 예약해서 왔는데 이런 상황에서 다음 예약은 어떻게 될지 초조하다"고 덧붙였다.
환자 B씨는 "오전 진료도 한참 기다렸는데 그것도 원래 선생님이 아닌 다른 선생님 방에서 진료를 받게 돼서 마음이 더 불안했다"며 "이제 또 (항암 약물 치료를 받기 위한) 침상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래항암약물치료센터는 '예약문의' 조차 대기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환자 보호자 C씨가 받은 접수번호표에는 오후 1시 기준 대기인원이 47명인데, 곧 이 마저도 무용지물이 됐다. C씨 앞에 줄을 섰던 다른 환자와 보호자가 "지금 병원 상황 때문에 다음 예약은 안된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당장 다음 주 치료도 그날 와서 당일 접수하라고 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당장은 큰 불편을 겪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에도 불안한 마음은 같았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동에서 만난 입원 환자의 보호자는 "입원 병동 내부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하다"면서도 "앞으로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어린이 환자 보호자도 "수혈을 받거나 피검사 후 약을 처방받아야 해서 지금 너무 혼란스럽다"며 "환자들이 볼모가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심정을 표현했다.
서울대학교병원 본관에서 병원 이용에 서툰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병원 안내를 맡고 있는 자원봉사자들도 "아침에 걱정하면서 출근했다"며 "혹시라도 파업이 계속되면 이제 '왜 우리 선생님 안 나왔느냐'는 문의부터 시작해서 환자들의 불편사항들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병원, 세브란스, 삼성서울, 서울아산,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모두 2745명이다. 의료 현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34~46%에 이른다. 수술, 처치, 당직 등의 업무를 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파업은 환자 진료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밤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 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의 55% 수준인 641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직서 제출자의 25% 수준인 1630명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들의 사직은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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