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제도에 대해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시장의 유동성 감소 및 기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공매도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처럼 공매도를 두고 양측의 이견이 팽팽하게 엇갈린 만큼 향후 공매도 제도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매도 금지에도 주가 하락…불법 공매도 의혹 제기
지난해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자 이를 척결하겠다면서 금융당국이 8개월간 공매도 전면 금지라는 칼을 빼 들었다. 공매도를 금지한 지 5개월이 흘렀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공매도 금지 제도가 반쪽짜리 제도라는 반응이다.
13일 열린 공매도 토론회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유동성공급자(LP) 시장교란 의혹, 특정 증권사 불법 공매도 논란 등 시장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들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전면 금지에도 불구하고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거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LP의 공매도를 허용한 점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공매도 중단에도 불구하고 유동성공급자를 중심으로 불법 공매도가 잇따르고 있어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LP 공매도는 장점도 있지만 폐해가 더 크다"며 "LP가 기존 공매도 손실을 줄여주는 방패 역할과 시세조종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번 공매도 금지 이후 주요 국가 증시의 고공행진과 (금융당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는 호재에도 코스피는 지지부진한 배경엔 LP의 공매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차전지 열풍을 일으킨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도 "LP에 대해 불법 공매도 관련 의혹이 생기는 이유는 불법성과 부당성, 편파성이 의심되기 때문"이라며 "불법 공매도가 의심되는 상황인 만큼 금감원은 조사를 신속하게 돌입하고 조사 진행 과정에선 시장조성자(MM)와 LP의 공매도를 잠시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차입 공매도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헤지 수단이라며 LP의 공매도를 금지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병훈 NH투자증권 패시브솔루션부문장은 "ETF 유동성 공급 과정에서 차입 공매도는 위험 헤지를 위해 필요하며 LP의 공매도가 금지될 경우 헤지 매매가 불가능해져 오히려 투자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부문장은 "당사를 포함해 대부분의 LP 증권사들은 무차입 공매도를 시스템상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으며 불법적, 부적절한 공매도가 없도록 사전·사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도 "괴리율(순자산가치와 시장가치의 차이)이 낮은 ETF 공급을 위해선 헤지수단인 차입 공매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공매도 금지로 LP의 헤지 수단이 제한되고 유동성이 저하되면 상품성이 낮아진 국내 주식형 ETF에 대한 투자수요가 상당히 위축되고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순혁 작가는 "MM, LP 불법성에 대해 금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MM, LP가 수동적으로 가격을 쫓아가야 하는 입장"이라며 "공매도 호가를 내놓을 때 어떤 호가에 내놓을지 협의해서 자산운용사 지시에 따라 호가를 내기 때문에 운용사가 이차전지 공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으면 호가를 더 낮게 내고 주가를 교란한다는 점을 누차 지적하고 그 부분을 조사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엇갈린 주장에 금융당국은 LP 기능을 벗어난 공매도는 당연히 불법이며, 이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한 데다 모니터링도 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제기된 의혹들은 추가로 조사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매도 전산화, 담보 비율과 상환기간 통일 필요
개인들은 공매도 제도 개선과 관련, 전산화에 대한 필요성을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그간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던 원인으로 '전산화 시스템의 미비'가 꼽힌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전산화되지 않아 모든 거래 기록을 수기로 관리하고 있어 크고 작은 오류가 발생했다. 또 기관끼리 대차거래 시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실시간으로 공매도를 감시할 수 없어 오류가 발생해도 사전에 대응할 수 없다.
정의정 대표는 "공매도 제도 개선에선 일단 공매도 전산화가 먼저 이뤄져야 된다"며 "불법이 만연한 주식시장에서 전산화가 안 되면 불법 공매도는 언제라도 만연할 수 있기 때문에 전산화 시스템이 완벽하게 무결점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제도개선에 있어 담보 비율과 상환기간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순혁 작가는 "무차입공매도가 사라지고, 기한을 계속 연장하는 무기한 공매도뿐만 아니라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무제한 공매도 등이 사라져야 한다"며 "우리나라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들에 대한 공매도 기한과 레버리지 비율은 전 세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사례"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개인 투자자 차별 철폐가 필요하다"며 "지금 상환 기간, 담보 비율도 다르고 한 데 그것을 통일을 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투업계에선 개인은 신용도가 외국인 기관에 비해 낮기 때문에 차별은 당연하다고 주장하지만 개인은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주식 빌릴 때 외국인 기관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할 뿐만 아니라 개인은 증거금이 있는데 외국인 기관은 증거금이 없는 상황인데도 상환 기간 담보 비율까지 차별한다"며 "외국인·기관·개인 담보 비율을 130%로 통일하고 그다음에 상환 기간을 일괄적으로 90일로 적용해야 하고 90일 후 강제 상환하게 한 다음 1개월간 재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산화를 위해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태훈 신한투자증권 국제영업본부장은 "기관 투자자뿐만 아니라 증권사도 자체적으로 공매도 잔고관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며 "기관투자자와 증권사 시스템에서 부적절한 공매도 주문이 있는지 중복 체크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간단한 문제가 아닌 만큼 개인투자자가 원하는 제도개선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인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거를 다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공매도 전산화 같은 경우 시간이나 비용들이 걸리는 등 현실적으로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 적절한 수준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수준에서 제도를 정비하고 재개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산화 시스템을 한두 달 내에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다 6월 말로 예정된 공매도 재개 일정을 미룰 수도 있다고 한 만큼 공매도 이슈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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