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해 전진하느냐,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퇴보하느냐의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의 운명이 새롭게 구성된 22대 국회에 맡겨질 전망이다.
대통령 선거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갔던 21대 국회의 전적를 뒤로하고 '잘하기 경쟁', '정책 경쟁'으로 대한민국 민생·경제 체질 개선에 나설 22대 국회의 4년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모처럼 '민주주의 축제'를 맞은 시민들도 이에 호응하며 전국 1만4000여개 투표소에서 가족과 함께 줄을 길에 늘어서며 지역구의 일꾼과 비례대표 정당에 투표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 취임 후 21대 국회는 쟁점 법안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극한 대립을 일삼으며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왔다. 문재인 정부 막판,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불린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처리를 신호탄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서 21대 국회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방송3법,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합의와 조정을 하지 못하고 범야권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시켰으며, 이는 곧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이어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거대야당이 입법 폭주만을 일삼는 가운데, 제1야당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선 어떤 일도 서슴치 않는다고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건강한 당정 관계를 위해 대통령실과 거리를 둬야 할 국민의힘이 공천을 받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과 다른 목소리는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거시적인 지표는 녹록치 않다.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이 경고해왔던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1대 국회가 출범한 2020년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에 대한 영향으로 전년 대비 -0.7% 역성장했고, 윤석열 대통령 취임 다음해인 2023년의 경제성장률은 1.4%에 그쳤다.
출생률도 문제다. 21대 국회가 개원할 때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20년도 0.84였으나, 국회의원들이 입 모아 이를 해결하겠다고 한 것과 달리 2023년도엔 0.72명으로 저출생 현상을 완화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시 공언했던 3대 개혁인 연금·노동·교육 개혁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공전을 계속하는 충돌 속에 유권자의 정치불신과 민생고는 더해갔다.
20대 직장인 송 모씨는 유권자가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줬음에도 달라지는 건 체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송 씨는 "장기화된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와 여소야대 의석으로 기대했던 것만큼 유의미한 정책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21대 국회와 달리, 조금 더 미래 지향적이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그려나갈 수 있는 22대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180석을 가졌던 거대야당은 지난 2년 동안 정권 견제가 아닌 정권 혐오만을 보여준 것 같다. 여당이 안정적인 의석수를 확보해 속도감 있는 정책 구상과 집행이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날(9일) 집중유세를 펼치던 서울 용산역 광장 앞에서 만난 30대 남성 박 모 씨는 녹록치 않은 경제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민생 안정을 바란다. 그것을 위한 22대 국회가 지난 2년 동안 윤석열 정권이 잘못한 것을 국회에서 많이 바로잡아 주셨으면 한다"면서 "무역수지도 그렇고 전체적인 경제 지표들이 다 안 좋다. 최근에는 굉장히 이슈가 됐던 대파 이슈를 필두로 먹거리 물가 상승이 정당이나 후보 지지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네거티브 경쟁으로 끝까지 맞붙었던 여야가 총선 후유증을 극복하고 민생 안정을 위한 공공성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각 당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 현안에 대해서 충분한 숙의를 하고 신뢰가 있어야 초당적인 합의가 되는데, 적대적인 공생관계를 지속하고 서로를 범죄자 취급하니 각 당 의원들이 서로 밥도 먹지 않고 동료 의원으로 보지도 않고 있다"면서 "정치가 단순히 정권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권을 잡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기획하고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성이나 민생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정치가 진화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경래 국민대 교수는 22대 총선 결과에 따라 개혁 정책 추진 방향도 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교수는 "만약, 국민의힘이 과반을 하면 윤석열 정부의 개혁안대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고, 범야권이 200석 이상 얻지 못했을 경우는 지금하고 똑같을비슷할 것 같다"면서 "범야권이 200석 이상을 얻을 경우 특히나 개혁 과제에서 야당하고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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