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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배워도 안 기쁘고, 벗은 스스로 못 온다

기자수첩 김서현

 

 

분명히 공자(孔子)는 배우고 익히면 기쁘다고 했다. 요즘 세상에는 공부 할 일이 너무 많다. 당장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죽는 날까지 배워야 한다. 먼저 허겁지겁 공부해야 할 것들도 너무 많다. 도대체 눈 깜짝할 새 왜 그리도 많은 새로운 문물이 쏟아지는지.

 

며칠 전 점심을 먹으러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다. 요즘 말로 '힙(Hip)'한 곳이었다. 세련되고 괴짜스러운 매력도 있어서 청춘 영화에 나올 법 한 인테리어였다. 그런데, 이럴 수가. 자리마다 키오스크가 있었다. 차림표와 키오스크를 겸한 스마트패드를 둔 곳은 자주 봤지만 자리에서 즉시 카드를 꽂아 결제까지 할 수 있는 키오스크는 첫 만남이었다. 심지어 더치페이까지 가능했다. 나와 동행한 IT 트렌드 전문가도 처음 본다고 놀랐다. 나는 더 놀랐다. 이제는 레스토랑에서 직원을 부를 필요 없이 결제 마저 올로 해내야 하는 시대가 돼버렸다. "어라 이 메뉴가 왜 장바구니에 들어간거야"를 연발하며 주문했다.

 

음식을 나를 때 한 번을 빼곤 식사를 마칠 때까지 그 직원과 마추지지 않았다. 매운 걸 먹지 못해 항상 직원에게 매운지 묻고는 했지만, 이번엔 그냥 메뉴에 붙은 고추 그림으로 짐작한 채 시켜 먹었다. 그랬더니 파스타는 매웠다.

 

낮 시간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택시 예약 앱을 끄는 택시 기사가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택시를 부르는 앱을 쓸 줄 몰라 하염없이 서있는 어른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역이나 다른 기차역과 터미널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예약해 매진되다 보니 짐보따리를 든 채 선 노인들이 서성이곤 한다. 다들 터미널에서 우는 노인을 봤다는 이야기에 마음 아파해도, 아픈 마음은 잠시뿐 젊어서 공부할 수 있고 그래서 누리는 편의를 마다 않는 요즘이다.

 

논어의 첫 장, 첫 구절은 '學而時習之 不亦悅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다. 배우고 때로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 다음 구절은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 자원방래 불역락호)'다. 먼 곳에서 스스로 찾아오는 친구가 있으면 또 즐겁지 않은가? 논어 수명이 다 한 모양이다. 배우고 익혔는데 안 기쁘고, 먼 곳에서 스스로 찾아오기엔 너무 어려운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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