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의 운용 수수료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최근에 대형 자산운용사까지 본격적으로 인하 경쟁에 가세하면서 자산 운용사들의 수익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0.01%대로 인하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나오는 등 수수료 인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운용은 지난 19일 미국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ETF 4종에 대한 수수료를 연 0.05%에서 국내 최저 수준인 0.0099%로 인하했다. 1억원을 투자하면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만 원이 채 안 되는 셈이다. 하지원 삼성운용 ETF사업부문장 부사장은 "ETF시장 선도운용사로서 국내 투자자들의 효율적인 장기 적립식 투자 문화를 확대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최대 수혜를 제공할 수 있는 미국 대표 지수 4종에 대한 보수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운용이 ETF 시장 점유율 1위 유지를 위해 수수료 인하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운용은 2020년까지만 해도 시장 점유율 50%를 웃돌며 국내 ETF 시장을 선도했으나 경쟁사들의 추격으로 점유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은 39.39%로 2위 미래에셋운용(36.85%)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 자산운용 관계자는 "다른 상품들보다는 ETF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미국 대표 지수 추종 ETF에 대한 보수 인하는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중소형사가 비지니스 진입목적으로 보수 인하를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업계 1위 운용사가 운용보수를 인하하는 것은 미래에셋과의 시장 점유율 경쟁에 따른 대응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사들의 제살깎기식 치킨게임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사들은 수수료 인하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면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운용사들의 수수료 인하 마케팅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ETF 시장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익 악화로 상품 개발에 대한 투자가 축소돼 ETF 상품의 획일화를 가져올 수 있는 데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형사들은 경쟁에서 밀려 도태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보수 인하 시, 당장은 해당 상품에 투자하는 소비자들은 좋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건전한 ETF 시장 발전과는 배치되는 정책"이라며 "원가절감으로는 제품의 퀄리티를 올릴 수 없다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계는 가격을 낮춰서 경쟁을 하기보다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좋은 상품을 적절한 보수를 받고 운용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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