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전철을 기다리는데 어떤 이가 함박웃음을 웃으며 가벼운 걸음으로 내리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인지 몰라도 덩달아 웃음을 머금었다. "누가 웃으면 따라 웃게 되니 웃음은 전염성이 강하다"고 한다. 남녀노소를 떠나 기분 좋게 웃으면 자신만이 아니라 보는 이의 기분까지 북돋우니 웃는 일이 어쩌면 덕을 쌓은 일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찡그리면 예쁜 얼굴이라도 보기 싫고, 티 없이 웃는 모습을 보면 미운 얼굴이라도 기분 좋아진다. 또 화내는 모습은 아는 얼굴이라도 낯설게 느껴지고, 환하게 웃는 모습은 처음 보아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세상살이 험하다 하더라도 조그만 기쁨에도 함께 웃다 보면 저 너머에서 어른 거리는 희망을 바라볼 수 있다.
떳떳하게 살아간다면 어떤 장면에서도 두려울 게 없으니, 조그만 이해관계를 위해 거짓으로 웃지 못한다. 즐거울 때 웃지만, "억지로라도 웃으면 행복해진다."는데 정말일까? 어린 시절은 일생에서 가장 많이 웃는다는데 너도나도 어린이의 티 없이 아름다운 마음가짐을 꾸준히 가다듬어야 한다는 뜻일지 모른다. 그리되면 천진난만한 웃음이 저절로 나오지 않을까? 구김살 없는 행복을 누릴 권리는 남들이 주지 않고 자기마음으로 쥐는 것이다. 행운을 가져오는 묘약인 웃음은 밝은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결과이지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4대 미녀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서시(西施)는 속병이 있어서 이마를 찌푸리고 걷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여 사람들이 경탄했다고 한다. 같은 마을에 사는 추녀는 그래야 아름다운 줄 착각하고 자신도 역시 가슴에 두 손을 얹고서 남이 보라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추녀의 그악한 모습을 보고 오염될까 봐 주민들은 문을 굳게 닫아걸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심지어 처자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였다고 한다.
언젠가 찡그린 얼굴로 누군가를 냅다 욕하며 입가에 묘한 비웃음을 띠는 여류인사의 상판대기를 TV에서 보고 흠칫했다. 어쩌면 전국시대 서시를 닮고 싶어 안달이 났던 추녀의 모습도 그렇게 추하고 무섭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길을 지나가다 아기와 눈을 맞추고, 함께 웃으면 마냥 행복해진다. 세상 어디에도 어린이의 순박한 웃음을 싫어하는 망나니는 없을 거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을 웃으면 웃을수록 개인도 행복해지고 사회도 건강해진다. 웃더라도 거짓으로 웃거나 비웃으면 처음에는 몰라도 나중에는 그 그늘진 흔적이 얼굴에 쌓이기 마련이다. 남을 깔보거나 비웃는 습성을 가지면 본인은 모를지 모르지만, 일그러진 잔상이 면상에 남게 된다. 잘나고 못나고 막론하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늠하는 마음 자국이 얼굴에 어려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우리 얼굴에는 쌓아 올린 재물이나 권세가 아니라 얼마나 넉넉한 마음가짐으로 살았는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숨어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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