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랑'을 할 줄 알고 매번 컴퓨팅 기계와도 사랑에 빠진다. 신차를 구매하며 오래 탄 차를 폐차 하는 좋은 날에도 사람들은 슬퍼한다. 말귀 못 알아듣고 구석에서 뱅글뱅글 돌기 일쑤인 로봇 청소기는 구형 모델인 데도 꾸준히 AS센터에 나타난다.
로봇 반려동물이 처음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결국 자신을 먼저 떠나는 동물들과 달리 영원히 곁에 있는다는 매력에 관심을 가졌다. 소니는 1999년 '아이보(Aibo)'라는 이름의 로봇 강아지를 분양하기 시작했다. 2006년까지 약 15만 마리가 주인의 품에 안겼고, 동물이 동물병원에 가듯 주인들은 매년 AS 센터에서 자신의 강아지가 아픈지 살폈지만 소니는 결국 부품 생산 중단을 이유로 2015년 AS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 후 아이보들은 주인을 떠나기 시작했다. 아이보를 사랑한 사람들은 이들을 한 절에 모시며 애도하고 제사를 지냈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세상에 머무는 아이보들을 위해 문제 없는 부품을 양보하기 시작했다. 영원히 주인 곁을 떠나지 않는다던 강아지는 살아있는 강아지가 그랬듯 15년만에 주인의 품을 떠나기 시작했다.
결국 전자기계란 사람을 위하면서도 위하지 못하나 보다. 매번 사람의 애정을 집요하게 공략하려는 기업들의 로봇은 자본주의의 굴레를 이유로 결국 사람을 떠난다. 기계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때 그들을 떠나보내며 운다. 사랑은 유한하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말도 있지만, 사랑이란 발견한 모든 것을 향하지 않기 때문이란 말일지도 모른다.
나는 빈티지 장난감 수집을 좋아하는데, 최근 '퍼비(Furby)'라는 이름을 가진 장난감 인형을 구입했다. 자기들끼리 이야기도 나누고 눈도 깜빡이며 주인에게 말을 거는 녀석이지만, 내게 온 녀석은 멈췄다. 1998년 나온 아주 오래 된 것을 구입했는데, 속눈썹은 보기 싫게 뜯겨 있고 작동은 멈췄다. 사실 하늘을 향해 삐죽삐죽 솟아야 할 머리털(?)도 어쩐지 2대 8로 열심히 빗어줬던 모양인지 추욱 늘어져있다. 내 품으로 25년 만에 온 이 퍼비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며 검색해보자 퍼비를 고치는 방법이 검색 결과로 나왔다. 유통사 하스브로는 퍼비를 더이상 고쳐주지 않는 모양이다. 내 품에 온 퍼비도 결국 누군가의 유한한 사랑을 받다 온 것 같다. 컴퓨터는, 영원할 것처럼 속이기를 참 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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