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고물가와 소비: 가계의 소비바스켓과 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인 영향을 중심으로' 발표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며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를 낮추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며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물가상승은 농림수산품 등 식료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높았던 고령층과 저소득층에서 타격이 컸고, 금리상승은 자산과 부채의 실질가치를 떨어뜨려 전세로 거주하는 30대 청년층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물가가 여전히 높아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소비여력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고물가와 소비: 가계의 소비바스켓과 금융자산에 대한 이질적인 영향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40개월 간 누적된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12.8%로 2010년대 동일 기간 평균(5.5)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이는 가계의 구매력 개선 속도를 뛰어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근로소득은 1년전과 비교해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같은 기간 3.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가계가 근로소득을 높여 구매력을 높이려 해도 소비여력이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식품류 구매 많은 고연령·저소득층 체감 물가상승률↑
이날 한은은 고연령·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물가상승을 가장 높게 체감했다고 강조했다.
연령별로 나눠보면 60대가 체감한 누적 물가상승률은 2023년 기준 16%였다. 30대(14.2%)보다 1.8%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계층별로 보면 소득1분위(하위20%)가 체감하는 누적 물가상승률은 15.5%로 5분위(상위20%·14.2%)보다 1.3%p 높았다.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정동재 과장은 "고령층과 저소득층의 경우 음식료품과 에너지 등 필수품목의 구매비중이 높은데, 그간 이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가 크게 상승했다"며 "이로 인해 체감 물가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령과 소득을 함께 분석한 결과 체감 누적 물가상승률은 60대 고령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60대의 경우 소득과 관계없이 평균 누적 물가상승률(14.9%)를 웃돌았다.
반면 30대 이하의 경우 소득과 관계없이 체감하는 누적물가상승률이 낮았다.
정 과장은 "다른 계층의 경우 소득이 늘수록 교육 및 보건 등의 비중이 커지는데 30대 이하의 경우 소득에 따른 소비품목의 차이가 크지 않다"며 "소비품목 또한 음식서비스 비중이 높아 음식료품 물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세 거주하는 30대, '물가·금리상승' 부정적 영향↑
물가를 둔화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것과 관련해서는 전세로 거주하는 30대에서 부정적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개에 1000원하던 물건이 1개에 1500원으로 오르면, 1000원으로 살수 있는 물건을 살 수 없기 때문에 화폐의 가치는 하락한다. 즉 예금 등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할수록 물가상승으로 인한 손해가 많다는 의미다.
다만, 물가를 낮추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며, 예금 등 금융자산 보유비중이 높은 연령층은 이자소득이 증가했다.
60대의 경우 전체 자산 중 현금예금채권 비중은 높고 부채비중은 낮다. 물가상승으로 화폐의 가치는 하락했지만 금리인상으로 현금예금채권의 이자소득이 늘었다.
반면 전세에 거주하고 있는 30대의 경우 예금 등 금융자산이 전세보증금으로 묶여 이자소득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추가로 빌리는 전세보증금대출이나 담보 외 대출 비중까지 늘며 이자비용으로 나가는 돈이 늘었다.
정 과장은 "물가상승으로 본 손해는 금리상승으로 이자소득이 증가해 상쇄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전세거주자 등 전세보증금이 묶여 있는 비중이 높은 경우에는 이자소득이 발생하지 않아 소비를 위축시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은 당분간 우리나라의 소비여력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4월 기준 2.9%로 목표치(2%)를 웃돌고 있다. 물가를 둔화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고금리가 유지될 수 있는 만큼 소비여력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정 과장은 "이후 물가가 안정됨에 따라 물가로 인해 가계의 소비가 위축되는 부분도 약화될 수 있다"며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킬 뿐 아니라 취약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부정적인 재분배 효과도 있는 만큼,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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