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티브 바버샵'...쉽고 멋있는 스타일 추구 "어서오세요"
2년차 사장, "주변인들에게 고마워" 차기 목표는 직원 충원
"바버샵에선 완벽한 머리 만들어야"...'멋있는 경험' 선물하고파
'멋은 쉽게 내야 진짜 멋'. 이정석 이발사(29)의 철학이다. 두상, 모질 등 사람마다 여건이 다른 만큼 집에서 혼자 만지기 어렵고 획일화된 스타일은 지양해야 한다는 소신이다. 그는 이발사란 직업의 역할은 '이발'에 그치는 것이 아닌 최적의 스타일을 찾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네이티브바버샵'을 찾는 모든 손님들은 이발이 끝난 뒤 스타일링을 배울 수 있다.
이 이발사는 "많은 분들이 이발소나 미용실에서 잘라준 머리 모양이 마음에 들더라도 집으로 돌아가 머리를 감고 나면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는 경우를 겪어 봤을 것"이라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 머리를 만질 수 있도록 쉽고 멋진 스타일을 추천드리고 꼼꼼하게 알려드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로 창업 2년차에 가위를 잡은 지 5년차가 된 사장님이다. 가위와 칼을 다루는 '날 선 직업'인 만큼 긴장을 유지하고 초심(初心)을 지키고자 하루에도 몇 번씩 다짐한다. 그는 더욱 많은 사람이 개성과 멋을 찾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 손님에서 이발사로
그가 이발을 시작한 계기는 우연히 손님으로 갔던 바버샵 때문이었다. 바버샵에서 일하는 이발사의 모습이 멋있다고 느꼈다. 특히 본연의 스타일을 이끌어 낸다는 점이 마음을 움직였다. 2주에 한번씩 바버샵을 방문해 '올드스쿨'이라는 장르를 접했다. 대한민국 1세대 바버샵이었는데 고전적인 머리 모양을 추구했다. 이발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관련 영상과 자료를 찾아보면서 흥미를 키웠다.
이발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현실로 바꾸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긴 고민을 하지 않고 이발학원에 등록했다. 매일 오전 9시에 학원에 가서 12시간씩 연습했다. 평생 공부와 등지고 살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힘들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발사 자격증 시험에 한 번에 합격했고 학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생 처음으로 1등을 해봤다. 성취감은 꿈을 이루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 이발사는 "어느날 미용실에서 탈색을 하다가 화상을 입었는데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해주지 않아 발걸음을 돌린 바버샵에 내 길이 있었다"며 "처음에는 손님일 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직접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발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는 자주 가던 바버샵에 취직했다. 기술과 실무는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 자격증이 있지만 돈을 받고 손님의 머리카락을 손질할 수는 없었다. 휴대폰 연락처에 있는 친구들에게 마구 연락했다. 무료로 머리를 해줄테니 꼭 방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이발사는 "미숙했던 내게 머리를 맡겨줬던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당당하게 돈을 받고 이발하고 있는 만큼 더 멋있고 완벽하게 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자영업 2년차 다짐은?
이 이발사는 올해로 자영업 2년차다. 지난해 9월10일 개점해 아직 만 1년이 안 됐다. 새내기 사장이지만 누구든 자신의 가게를 차리는 순간 뇌가 24시간 동안 깨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잠은 최소한으로 자고 아직까지 휴가는 꿈도 못 꾸고 있다. 직원으로 일할 때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등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애당초 그는 일하던 바버샵에서 독립을 할 생각이 없었다. 직장에 소속되고 싶었다. 그러나 신체가 열정을 감당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 벅차다고 느꼈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량을 늘렸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한동안 쉬면서 환기를 시키고 싶었는데 샵에서 함께 일하던 선배들이 독립을 제안했다. 아직도 선배들이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이발사는 "남은 인생이 긴데 그걸 잘 몰랐던 것 같다. 마라톤인데 100m 달리기처럼 전력질주하는 삶을 보냈다"며 "이제 신체는 호흡에 맞춰 일하고 머리는 생존을 위해 전력으로 고민하는 등 일의 균형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것은 '브랜딩'이다. 동네 작은 이발소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홍보하는 재미가 있다. 가급적 네이티브바버샵을 차리기 위해 기술을 전수해 준 선배, 상표 디자인을 도와준 친구 등 많은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한다.
다음 목표는 직원을 뽑는 것이다. 단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선 혼자 손님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수준까지 가게를 키워야 한다. 향후 직원을 구한다면 가장 좋은 것은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이지만 이발을 처음 배우는 사람도 관계가 없단다. 그간 거친 직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이발사'를 양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 이발사는 "내가 사장인 만큼 스스로 결심을 하면 떠날 수 있지만 이발소 문이 열려야 할 시간에 문이 닫혀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며 "마음가짐이 크게 바뀐 만큼 도움을 준 지인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 바버샵,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
그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항상 꾸미는 데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 스스로 머리에 무스와 젤을 바르고 등교했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엄마가 머리를 만져줬냐며 멋있다고 칭찬해줬다. 고등학교는 기숙사 학교였는데 친구들이 데이트하러 간다고 할 때면 머리에 왁스를 발라주는 등 다른 사람 꾸미기에도 재미를 느꼈다.
이 이발사는 바버샵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머리 만지기에 익숙지 않은 고객에게는 개성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스타일링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알려주고자 한다. 쉽고 빠르게 만진다고 해서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든 새로운 형태를 시도할 수 있다.
평생 목표는 어떤 손님이 오더라도 좋은 기분만 안고 나갈 수 있게 만드는 것. 바버샵에서 나갈 때는 완벽한 머리를 만들어 드리려고 한다. 제대로 된 커트를 하면 머리 모양이 한 달 정도 지속한다고 본다. 매달 한층 더 멋있어지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다.
이 이발사는 "어렵게 머리를 예쁘게 만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 머리 스타일은 자기가 제일 고수일 수밖에 없다"며 "스스로 거울을 봤을 때 내가 드러내고 싶은 모습은 본인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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