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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어머니의 디지털 리터러시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충북도청 정문을 지나서 옆구리 쯤 위치한 충북연구원은 5층 정도 되어 보이는 현대식 건물이었다. 1층으로 들어서자 로비에 가득하게 고만고만한 이젤들이 정렬해 있다. 청주나 충주와 같은 대처에서 온 것들도 있고, 괴산·보은·단양과 같은 군 지역에서 뽑혀 시상대에 오른 것들도 있다. 그렇게 각지에서 모인 시화(詩畵)들은 이제 막 초등 문해학교에서 한글 쓰기를 마친, 연로의 학생들이 손수 그려낸 작품이었다.

 

바닥에 붙은 화살표를 어김없이 따라가는 회람의 시화전에서, 작품 하나가 오랫동안 발길을 붙잡는다.

 

"외국에 있는 딸에게 / 보고싶다 전화를 하니 / 엄마 문자로 하세요 / 뚜뚜뚜 / 야속하게 끊어 버리네"

 

문해학습 기간은 1년 2개월로 짧디짧지만 66세의 세월을 견뎌온 어머니는 서운함을 이렇게 참아낸다.

 

"문자를 해야 글이 는다는 / 너의 깊은 마음을 / 그걸 내가 왜 모를라고"

 

문해는 읽기, 쓰기, 셈하기로 3R이라고 한다. 읽기인 'Reading'의 첫 글자 'R', 쓰기인 'writing'의 두 번째 글자 'r', 셈하기인 'arithmetic'의 두 번째 글자 'r'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문해는 읽고, 쓰고, 셈하기 위한 능력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사람들은 자기 시대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더 빠르고, 쉽고, 뛰어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읽고 쓰기에 자신감이 붙은 어머니는 외국에 있는 딸과의 대화를 위해 스마트폰의 매신저 앱을 열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스크린에 채팅창을 열어놓고 한자 한자 익힌 글자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존스-카발리에르는 이러한 어머니의 문해가 디지털 점들(dots)을 연결하는 것이며, 그 것이 바로 21세기의 디지털 문해라고 했다.

 

디지털은 물질의 특성을 '0 또는 1'이라는 비트(bit)의 조합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1948년 '수학적 커뮤니케이션의 이론'을 통해 세상에서 처음으로 비트를 명명한 클로드 섀년은 '0과 1'의 조합으로 모든 논리를 기술할 수 있다고 자신하였다. 실제로 지금까지 문자에서부터 음향, 영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디지털 형태로 압축되었고, 나아가 우리의 경제활동과 생활방식까지 빠르게 디지털 전환되고 있다.

 

문제는 디지털이 자연적인 물질 상태와는 다른, 전혀 새로운 어포던스(affordacne, 행동 유도성이라고 함)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사용자가 디지털 기술에 참여하려면 전통적인 학습방식을 탈피한 새로운 문해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야말로 새로운 기술에는 새로운 구조의 이해력이 필요한 것이다.

 

책은 읽는다고 하고, 인터넷은 검색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읽고 쓰는 것과 검색하는 것을 모두 필요로 한다. 이미지, 소리, 동영상 등을 판독하는 능력도 추가되어야 한다. 인터넷에서 모아들인 정보들은 일관성이 없고 조직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그 것을 자기의 것으로 조합해 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자기에게 알맞은 정보 환경을 선택하고, 구미에 맞게 개조해야 한다. 네트워크로 전송되는 멀티미디어를 통해 정보 수혜자뿐만 아니라 참여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어머니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그렇게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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