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안정성과 편리함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외형적 성장 속에서도 ETF 구성이 인기 테마에만 몰리는 등 '상품 다양성 없는 경쟁'만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의 총합은 약 151조7218억원이다. ETF는 지난 18일 150조원대를 넘어섰다. 2002년 국내에서 처음 선을 보인 지 22년 만에 처음으로 150조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ETF 순자산 규모는 지난해 6월 100조대를 넘어섰는데 1년 만에 1.5배나 늘어난 셈이다.
현재 거래되는 ETF는 총 875개다. 올해 새로 상장한 ETF만해도 69개로 개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장 순자산 규모가 큰 ETF는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로 9조2118억원이다. 9조가 넘는 ETF는 하나뿐이지만, ETF 순자산 규모가 1조원이 넘는 것은 총 34개에 이를 정도로 그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
이에 자산운용사들은 각자의 브랜드를 구축해 인기 지수나 종목을 추종하는 ETF를 내놓기에 여념이 없다. 최근 주요 인기 테마는 AI, 바이오, 빅테크 등으로 구성된 소수 종목 ETF이다. 미국 증시 호조로 해외주식 ETF와 채권 ETF에 자금이 몰리며 관련 종목들도 S&P·나스닥 등 미국 지수 추종으로 몰리는 추세도 포착된다. 올해만 해외지수형 ETF 순자산이 14조원, 채권 ETF 순자산이 11조원씩 증가하며 '신규 ETF 해외 쏠림 현상'이 가시화했다.
한 자산운용사에서 ETF 파트를 맡고 있는 고위 관계자는 "ETF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는 큰 수익 보다 안정성을 추구하고 우상향 기조가 확실한 상품을 선호한다"며 "다양한 종류의 지수나 종목을 추종할 필요가 있다고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인기가 있으면서 추후 우상향 가능성도 높은 상품을 기획하지 않으면 투자자가 모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쟁사를 견제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24일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부회장은 신규 상장한 'TIGER 미국나스닥100+15%프리미엄초단기 ETF'를 기자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에서 기초자산을 '테크 TOP7'이나 엔비디아를 추종하는 몇몇 종목으로 만든 뒤 나스닥 등 대표지수의 옵션을 파는 타사의 전략을 두고 "고객들을 현혹하기 좋다"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라디오 광고하거나 껌 팔듯이 장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상품별 차이점이 두드러지지 않자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는 '최저 수수료' 경쟁이 더욱 치열해 졌다. 삼성자산운용은 4월 일부 ETF의 총보수(수수료)를 연 0.05%에서 0.0099%로 내렸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 총보수를 삼성자산운용보다 0.0001%포인트 낮은 0.0098%로 낮추며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이 외에도 업계 내에서도 노출 빈도를 높이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는 'ETF 브랜드명'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2022년에 'KINDEX'에서 'ACE'로 브랜드명을 교체하면서 확실히 효과를 봤고, 최근에는 하나자산운용이 'KTOP'에서 '1Q'로 ETF 브랜드를 교체하면서 이목을 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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