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짓는 너의 얼굴은 여름날 장미꽃처럼 가장 따분한 곳까지 향기롭게 해."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글판에 적혀 있는 시 구절이다. 이번 광화문 글판 여름편은 1900년대 활동한 영국 여성 작가 캐서린 맨스필드의 시 '정반대(Opposites)'에서 가져왔다. 이번 문안은 작은 미소가 세상을 밝게 한다는 의미를 시적 표현으로 나타냈다. 누군가를 미소짓게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꽃향기처럼 널리 퍼져 나갈 때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4월 위기론, 5월 위기론, 6월 위기론이 있었지만 한 고개 한 고개 넘어가고 있다. 본질을 꿰뚫는 정책당국의 강력한 조치와 리더십, 시장참여자 상호간 조금씩 양보가 더해지며 위기국면이 완화되고 있다. 리스크 관리라는 핑계로 우산 뺏기에 집중하는 은행 등 금융회사들을 통제하며 건설업의 자금 경색 흐름을 완화하려 노력한 점은 이번 PF위기를 완화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은 경종을 울리는 수준이다. 해결해야 할 이슈와 과제가 산더미다.
대법원도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계약은 무효로 할 수 있다는 건설산업기본법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PF주관 증권사, 신탁사와 대주단인 은행,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은 자금 공급을 무기로 시공사와 시행사를 대상으로 여전히 노예 계약을 일삼고 있다.
PF는 현존하는 담보물이 아니라 시설이 완성된 이후에 발생하는 미래수익을 담보로 한다. 사업성이 없으면 아무리 담보가 넘쳐나도 애초에 자금이 집행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자금회수 가능성만 있으면 여전히 미래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하고, 자금 회수를 위해 담보를 경매와 공매로 넘기며, 자금경색 국면을 만든다.
기성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하기로 계약했음에도 제때 지급하지 않는 곳이 있다. 심지어 준공 승인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산마저 몇 달씩 미룬다. 그러니 시공사, 하도급사들에게 흘러가야 할 자금 흐름이 늦어져 경제가 어려워지는 현상마저 여전하다.
금융업은 전체 경제와 산업에 자양분을 공급해서 건실하게 하는 핏줄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인허가 비즈니스로 두고 관리한다. 자기 이익을 키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하게 되면 금융 위기, 경제 위기를 부르게 된다. 사익 추구는 존재 이유가 아니다. 수차례 강조해도 이런 개념 마저도 없는 금융인들이 많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대해 욕하지 않는 금융인들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고위 정책당국자들은 잘한다고 칭찬 일색이다. 건설산업 종사자들도 공감하고 고마워한다. 이복현 원장이 이끄는 금감원이 금융업의 역할과 PF 위기의 본질을 짚어주고 때문이다.
10여년전 저축은행사태 이후 레버리지 비율과 PF투자에 대한 기준을 다시 잡고 강력하게 추진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도 금융인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받았었다. 그렇지만 그때 만들어둔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제도와 기준 덕분에 이번 PF위기가 금융위기로 커지지 않았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견해다.
이복현 원장은 더 욕을 먹어야 한다. 금융회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존재해야 할 이유, 철학과 역할이란 본질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금융 자체의 관점보다는 전체 경제와 산업의 효율성 제고와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금융사들의 행태를 관찰하고, 잘못된 생각과 행동과 관행을 올바르게 잡아줘야 한다. 그래야 경제에 미소가 들며 장미꽃처럼 향기로워 진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