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업무를 보고 있는 충정로 김상회풍경소리 옆 마당으로는 자못 키 큰 화분 몇 개를 두고 있는데 나무라고 여겨서인지 아침이면 새소리에 잠을 깬다. 필자가 충정로 종근당 뒷마당에 있는 작은 기와집 세 채가 있던 시절부터 거처해왔고 쌀을 주곤 했는데 너무나 당연한 듯 아침이면 찾아와 지저귀니 식구 아닌 식구가 돼버렸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느낀 것은 새들이 필자를 반긴다는 것이다. 그들도 나를 식구로 여기는 것일까? 어젯밤에 여러 원고며 밀린 정리를 하다가 늦게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오늘 아침 역시 어김없이 찾아와 왜 아직 문을 열고 나오지 않냐며 채근 댄다.
어느 날은 참새들이 많이 오고 어느 날은 까치가 오곤 한다. 새들에 대해 조예가 깊지는 못하지만 말로는 통하지 않아도 느낌으로는 서로를 아는 것이리라. 새와 인간은 의외로 친밀하다. 비둘기는 편지와 소식을 전하는 전령으로 쓰기도 했다. 머리가 좋고 사납다고 여겨지는 매는 사냥의 친구이자 흉함을 쫓는 부적의 단골 상징이기도 하며 까마귀는 새 중에 장유유서가 뛰어나 효도의 상징으로 인정받는다. 그러하니 전해오는 이야기에 은혜를 아는 새, 까치와 선비에 관한 얘기도 다 이런 연유에서 나온 것이다.
까치가 은혜를 갚았다는 얘기가 우리 선조들에게는 의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친근한 새들에 비해 전설과 신화에 나오는 봉황은 천자를 상징하는 새이다. 따라서 봉황의 문양은 귀족조차 쓸 수 없고 오로지 천자와 제후의 독점 문양이다. 매우 드물게 출현하여 커다란 사건의 징후를 나타내거나 군주의 위대함을 보인다고 하는 상서로운 새이니 왕으로부터 서민들에 이르기까지 새들은 몹시 인연이 지중해 보인다. 조두鳥頭라는 말을 마구 쓸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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