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동안 '원칙'을 지킨 경영인이 있다. 바로 '참 경영인'으로 불리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LG그룹 창업 초기인 1950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모기업인 락희화학공업주식회사에 입사한 후 45년 동안 경영 일선에서 동분서주했다. 그는 첫 입사 때부터 '원칙 중심의 합리적 경영'을 지켰으며, 1969년 창업주 연암 구인회 회장의 타계 후 2대 회장에 오른 후에도, 은퇴할 때까지 흔들림 없이 그 원칙을 고수했다.
구 명예회장의 원칙 중심 경영은 스스로 만든 신념이 바탕이 됐다. 그는 사람을 중시하는 '인화'(人和)의 경영 철학을 가지고 '강토소국 기술대국'(疆土小國 技術大國)의 신념으로 기술 입국을 도모했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어록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 1988년 인화원 개원식에서의 개원사가 있다.
"기업은 인재의 힘으로 경쟁하고 인재와 함께 성장합니다. 기업의 궁극적 목표인 인류의 번영과 복지도 인재의 빛나는 창의와 부단한 노력에 의해서만 이룩될 수 있어요. 인재 육성은 기업의 기본 사명이자 전략이요, 사회적 책임입니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만큼 구 명예회장은 인재 육성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 부친인 구인회 창업주의 사업을 돕기 전, 그는 진주사범학교를 마치고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며 교사로 근무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그런 만큼 그의 인재 육성에 대한 관심과 원칙은 확고했다. 2012년에는 "인재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며,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히 육성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많은 노력을 들여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인재가 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 명예회장은 원칙을 중심으로 한 경영,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경영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 보여줬다. 그의 회장 재임 동안 LG그룹은 매출이 260억 원에서 30조 원대로 약 1,150배 성장했고, 임직원 수는 2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증가했다. 주력 사업인 화학과 전자 부문은 부품 소재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해 원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직 계열화를 이루며 지금의 LG그룹 모습을 갖출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인화와 함께 '강토소국 기술대국'의 신념을 이루는 데에 골몰했다. 국민 생활을 윤택하게 할 제품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보자는 절실한 마음과 함께 우리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술자가 많아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LG화학의 토대가 된 '럭키크림'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직접 플라스틱 뚜껑 등을 연구했던 만큼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같은 세대의 많은 경영인들이 사업보국을 외칠 때,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회장 재임 중 '연구개발의 해', '기술 선진', '연구개발 체제 강화', '선진 수준 기술개발' 등을 경영 지표로 제시하며 기술개발과 연구 활동에 아낌없이 지원했다.
1970년대 중반 문을 연 럭키 울산 공장과 여천 공장은 공장 가동 전 연구실이 만들어질 정도로 연구개발에 집중했다. 최초의 국내 민간기업 전사적 중앙연구소를 설립하는 데에 이르렀고, 각 공장별 소규모 형태로 운영 중이던 연구실을 통합하고 개발용 컴퓨터, 만능 시험기, 금속 현미경, 고주파 용해로 등 첨단 장비를 설치했다. 국내외 우수 연구진을 모으기 위해 노력했고, 파격적인 투자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연구소는 계속 추가됐다. 1979년에는 대덕연구단지 내 민간연구소 1호인 럭키중앙연구소를 출범시켜 고분자·정밀화학 분야를 집중 연구하여 플라스틱 가공산업의 기술고도화를 이끌었다. 1985년에는 금성정밀, 금성전기, 금성통신 등 7개사가 입주한 안양연구단지가 조성되는 등 회장 재임 기간 동안 70여 개의 연구소가 설립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제품시험연구소도 구 명예회장이 설립했다.
'백색가전은 LG'라는 말은 기술 수준의 대단함과 함께 인테리어 오브제와 같은 아름다운 디자인을 함께 담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기술개발의 영역 중 하나로 산업 디자인 분야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1974년 금성사에 디자인 연구실을 발족시키고, 전문가 육성을 위해 일본 등 디자인 선진국에 연수를 지원했다. 수치 중심으로 개선과 개발을 계량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산업 디자인 또한 기술 역량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구 명예회장의 이 같은 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신념 뒤에는 우리 기술로 우리 국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우리나라의 산업과 기업의 수준을 한층 선진화해야겠다는 비장한 사명감이 담겨 있었다.
구 명예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생산기업을 시작하면서 항상 마음에 품어온 생각은 우리 국민 생활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제품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라며,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제품 국산화를 통해 산업 고도화를 선도할 것이며, 부단한 연구개발을 통해 기업 활동의 질적인 선진화를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