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미 연준(FRB)의 향후 기준금리 예상치를 그린 점도표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리인하 시기와 조정폭에 대한 의견은 나라마다 상황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 정부와 시장 관계자들은 환율이 등락해도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조기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모양새다. 그와 달리 아직은 자리 잡지 못한 물가 안정 조짐이 뒤바뀔 가능성을 우려하며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금리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며 경계한다.
거시경제 현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금리 왜곡으로 통화의 대외가치가 흔들리면 어쩔 수 없이 금융부문은 물론 실물부문 순환을 교란하여 경쟁력을 떨어트린다. 통화의 대외가치 급등락은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하여 환투기 심리를 부추겨 실물부문을 교란하여 불확실성을 잉태하기 마련이다. 2024년 6월 달러 인덱스 구성 국가인 ECB, 캐나다, 스위스의 기준금리 인하에 즈음하여 달러 인덱스가 올라가며 달러 가치 급등으로 각국 금융시장이 들썩이기도 했다. 금리·주가·환율은 거시경제 현상을 제대로 반영해야 하지만 개방경제 체제에서 자국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뜻일까?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기업부채, 정부부채가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유동성 또한 급팽창되고 있다. 2024년 4월 광의통화(M2, 평균잔액)이 무려 4,000조원을 넘어섰다. 현금 같은 협의통화(M1)에 2년 미만 예·적금 등을 포함해 시중 통화량을 측정하는 지표인 M2가 늘었다는 것은 유동성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메시지다. 한쪽에서는 돈 가뭄이 들고 다른 쪽에서는 유동성 홍수가 넘쳐나고 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가운데 화폐가치가 타락하는 비극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고하는지 모른다. 넘쳐나는 유동성이 금리인하로 갈 곳을 잃고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면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두렵다. 섣부른 금리인하가 한국경제를 멍들게 한 '부동산 악몽'을 재현시킬지 모른다.
오늘날 대부분 나라들이 물가상승 압력을 해소하고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려는 시점이어서 자국 통화가치 약세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자국 통화의 대외가격이 하락하면 수출증대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원자재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우에는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하여 물가 상승 압력 또한 거세질 우려가 있다. 기술혁신으로 경제적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과거와 달리 가격경쟁력보다 품질경쟁력이 중시되는 국면에서는 금리인하로 환율을 불안하게 하여 수입물가 상승 유도는 수출증대 효과보다는 민생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는 이야기다.
개방경제 체제에서 금리가 급변동하면 환율 불안이 뒤따르고 경제 심리가 불안해진다. 만약, 경기를 부추기려는 욕심을 내고 무리하게 금리를 인하하다가는 가까스로 진정되기 시작하는 물가 불안을 재연할 가능성이 커진다.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렸던 그린스펀이 2000년대 초 유동성 완화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고 안정되자 성장 욕심까지 내고 금융을 계속 완화하였다. 결국 거시경제 상황에 비하여 지나치게 낮은 금리로 저소득층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을 제공하여 2008 세계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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