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 공공기관의 인사담당 직원은 일년내내 육아휴직자의 빈자리를 채우는 게 주 업무다.
1년짜리 임시직을 채용하기위해 공고를 올리고 면접을 보고 채용 절차를 진행하기를 무한 반복한다. 이렇게 애쓰면서도 1년만 일하고 그만둘 사람을 찾기란 녹록치 않는 일이다.
처우가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은 공공기관의 상황이 이런데 상대적으로 열악한 소기업, 중소기업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육아휴직자의 빈자리를 채우기위해 채용우선권을 준다거나 내국인 대신 외국인력이라도 우선 배정하는 인센티브가 없다면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회사를 크게 일군 한 기업의 회장은 꽤 오래전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나라에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기업에게 맡겨라"며 일침을 가했다.
기업에게 저출생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전권을 주라는 것이다. 듣고보니 상당히 일리가 있다. 내용은 이렇다.
자체적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만드는 기업들에게 법인세를 깎아준다. 기업은 법인세를 덜낸 돈으로 직원과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직장에 만든다. 그런데 만약 집과 회사의 거리가 멀어 아이를 데리고 출퇴근하기 힘들 땐 집과 가까이 있는 다른 회사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다. 대신 회사는 그 빈자리를 인근에 사는 또다른 회사 직원을 위해 열어준다. 상부상조다.
가임여성 1명당 0.78명의 합계출산율,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초고령화사회. 지금 대한민국 현실이다.
비혼주의자와 딩크족의 증가, 고물가로 인한 육아비용 부담, 높은 사교육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기형화한 교육제도 등등 저출생 요인은 다양하다. 기업이 어린이집을 하나 더 만든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하지만 돈을 벌기위해 누구나 직장을 다니고 미래를 위해 아이를 낳고 특히 잘 길러야한다면 저출생 해소를 위해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많다.
9981. 전체 기업수의 99%와 고용의 81%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숫자다.
이런 차원에서 이달 중순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중소기업 관련 단체들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의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만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명 중 8명이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현실에서 중소기업계가 이를 위해 해야할 일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협력 중소기업과 저출생 해법을 같이 찾는데서 동반성장·상생 문제의 또다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고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중소기업계는 정부에 ▲대체인력 정규직 채용시 인센티브 제공 ▲출산휴가 고용보험 급여 지원 확대 ▲여성친화 ESG 상생협력기금 조성 ▲지방 생산직 근로자 혜택 및 지원 확대 ▲채용지원금 인상 및 원활한 대체인력 공급 ▲동료 업무분담에 대한 지원금 확대 등을 요구했다.
중소기업계 대표단체인 중기중앙회는 올해 기준으로 25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노란우산'(소기업·소상공인공제)을 운영하고 있다.
노란우산을 활용해서도 저출생을 위한 대안 마련이 가능할 것이다.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 밀집지역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아이디어 중 하나다. 국가산업단지를 운영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역시 일·가정 양립을 위해 국가산단에서 더 많은 실험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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