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가 2분기에 일제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본업인 정유 부문이 크게 흔들린 점이 실적에 타격을 준 것이다. 업계는 하반기에도 반등을 기대할 만한 요인이 없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39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인 지난 1분기와 비교하면 약 78% 급감한 수치다. 1분기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총 1조8006억원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전통적 성수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은 정제마진 급락이 원인으로 꼽힌다. 정제마진은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이다. 통상 정제마진의 손익 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 1분기 배럴당 7.3달러 수준에서 2분기 3.5달러로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이 4달러선인 점을 고려할 때 거의 이윤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중동 정세가 하반기 정유업계 실적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란과 중동 무장단체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할 의지를 파력하면서, 대규모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있어 원유 공급에 장애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정유사는 중동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하반기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자 국제유가도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7월 31일엔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4.28달러 상승하며 배럴당 77.92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루 상승 폭으로는 지난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이 있었던 이후 가장 컸다.
브렌트유는 지난 5일 76.30달러까지 하락해 1월 8일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2년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재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 체이스는 오는 9월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95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 내다봤다.
다만 정유사들은 현재 상황에서 낙관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다. 유가가 높은 상태로 지속될 경우 소비침체로 석유제품 수요 또한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익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다시 이는 정제마진 하락으로 이어진다. 아무리 유가가 높다 하더라도 수요가 부진하다면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다. 고유가가 장기화하는 경우 정유사들은 원유 구입에 추가적인 부담을 지게 된다.
하반기 수출 부문도 전망이 밝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2대 수출 주력 업종의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5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하반기 수출전망 조사'에 따르면 석유제품의 경우 올해 하반기 채산성이 더 악화할 것 이라는 응답 비율이 100%로 모든 업종 중 가장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실적 반등을 기대할 만한 요인은 딱히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라며 "현재 지정학적 문제와 원유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면밀히 주시하며 향후 시장 상황에 대응할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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