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자본시장 주요 이슈 중에 하나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코리아'다. 올해 초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해소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초기만 해도 투자자들 기대감이 높았다.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막상 정부 대책이 나오자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주주 환원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약하고, 참여하지 않아도 벌칙이 적어 당근과 채찍이 모두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올 들어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호황을 누리는 동안 한국 증시는 답보 상태를 못 벗어나고 있다. 그러다 지난 5일 '블랙 먼데이'로 불린 아시아 증시 폭락 사태가 오자 한국 증시가 얼마나 허약 체질인지 한번 더 여실히 보여주었다. 남들 오를 땐 못 오르고, 떨어질 땐 더 떨어지는 전형적인 후진국 시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만난 증권전문가들은 이런 하소연을 하고 있다. "밸류업 코리아를 왜 합니까?" "국민들이 배당을 잘 주는 한국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우량주를 왜 사지 않습니까?" "달러값이 1400원에 육박하는데 왜 원화를 비싼 달러로 바꿔 미국 주식을 사러 덤빕니까?"
한국 경제가 당면한 최대의 위기는 초고령화다. 신생아도 줄어 들고, 생산가능 인구도 줄고, 소득도 주니, 소비도 줄고, 경제는 어려워지게 된다. 가뜩이나 높은 노인 빈곤율은 더욱 심해진다. 정부 지출이 늘어나니 나라 재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정해진 미래다.
모든 정책의 방향을 초고령화 저출산 시대를 대비한 정책으로 전환을 했어야 한다. '밸류업 코리아' 정책의 목표는 주가의 우상향을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소비를 지탱해 줄 든든한 노년층을 만드는데 방점을 두어야 한다. 초고령화 시대의 국민생활과 복지의 증진이라는 차원에서 녹여내야 한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34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 기저엔 기업의 실적개선도 있지만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있었다. NISA(소액투자 비과세)를 통해 국민의 노후자산을 2배로 만들겠다고 나서며 밸류업을 하고 있다. PBR 1배 미만인 기업대상으로 자기자본 이익률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저PBR 개혁도 한다. 일본의 밸류업 지향점은 주가 상승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 자산 늘리기다.
한국도 일본과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밸류업을 외쳐도 한국 주식을 쳐다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챙겨봐야 한다. 주당 배당금을 3000원 넘게 주는 KB금융을 보자. 주가가 순자산가치의 62% 수준에 그친다. 우량주식이 싸니 외국인 지분율은 76%가 넘는다. 밸류업이 외국인을 위한 정책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이 넘어가면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매월 건보료를 더 내야 한다. 배당을 많이 주는 저평가 우량주에 장기투자 하면 세금에 보험료부담까지 더 커지게 된다. 정부가 금융자산을 볼모 삼아 세금을 거두려는 정책 때문에 주가가 저평가 되고 있다. 배당을 많이 주는 저평가 우량주를 장기투자하고, 배당금으로 다시 주식을 사는 복리투자로 노후 대비 자산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진정한 밸류업 정책이다.
증시가 활성화돼야 가계 여유 자금이 기업의 생산 활동에 유입되고 경제 성장 동력이 높아진다. 국민 자산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 주식이 제값을 받으려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이고 주주 환원 확대, 장기 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등 증시 매력도를 높이는 과감한 제도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 증시의 허약 체질이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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