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돈 멜초 2021 × 김환기 우주
"나는 술을 마셔야 천재가 된다. 내가 그리는 선,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강산." (김환기 작가의 일기, 1970년 1월 27일)
작가는 상상이나 했을까. 술을 사랑했던, 술을 마셔야 천재가 된다던 자신의 작품이 와인병에 입혀질 줄 말이다.
사실 듣는 사람들이 더 놀랐다. '돈 멜초 2021 × 김환기 우주' 한정판이 나온다니. 다른 누구도 아닌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인 김환기 작가의 작품이다.
#. 최고에 최고를 더하다
"8800만 달러."
2019년 11월 23일.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의 '우주'가 한화 132억원에 낙찰됐다. 한국 미술품으로는 깨지 못할 것만 같았던 100억원을 단순에 넘어선 것은 물론 사상 최고가로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우주'는 푸른빛의 추상점화로 작가의 절정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그의 작품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대작이며, 유일한 두 폭짜리 그림이다. 점과 선, 면이 어우러지면서 보는 이마다 자신만의 우주를 떠올릴 수 있다.
와인 역시 칠레 프리미엄 와인 중에서도 컬트와인의 시초로 불리는 '돈 멜초'다. 특히 2021년은 돈 멜초로는 세기의 빈티지라고 불릴 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적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99점을 받았다.
최준선 롯데백화점 소믈리에는 "돈 멜초 2021년은 좋은 산도와 잠재력으로 볼 때 어쩌면 100점을 받았던 2018년보다 더 빛을 발할 수도 있는 빈티지"라며 "와인과 아트의 협업을 추진하면서 우주 작품만이 돈 멜초와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최고와 최고를 만나게 하려니 쉽지는 않았다. 2년이나 공을 들여 김환기 재단을 설득했고, 진행이 결정되고도 한정판이 나오기 까지는 1년이 걸렸다.
돈 멜초도 와이너리를 '비냐 콘차이토로'에서 '비냐 돈 멜초'로 분리할 만큼 대표 와인이라 고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한 점, 한 방울이 모여 우주를
돈 멜초가 생산되는 '푸엔테 알토'지역은 칠레에서도 프리미엄 와인 산지로 꼽히는 곳이다. 자갈 토양과 안데스의 영향으로 카버네 소비뇽을 재배하기 최적의 곳이다.
와이너리는 각 토질의 개성에 따라 세심하게 구분해 관리한다. 같은 카버네 소비뇽이지만 크게 7구획으로 나눠 따로 양조한다. 각각의 탱크별로 맛을 본다음 매년 최고의 균형을 이루는 카버네 소비뇽이 되도록 블랜딩 비율을 바꾼다. 작품 '우주'와 돈 멜초를 아우르는 키워드는 균형과 조화인 셈이다.
돈 멜초 2021 빈티지는 붉은 베리류와 제비꽃 향기로 시작해 민트와 삼나무향까지 가득하다. 좋은 산도와 부드러운 타닌이 길게 이어진다. 숙성 잠재력이 35~40년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술 않 먹을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고'.
김환기 작가의 그림일기 속 구절이다. 좋은 작품을 바라보고 있자니 와인, 안 먹을 수도 없고. 어쩜 이리 내 맘과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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