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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30. 민츠버그의 빈 유리병 탈출 전략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빈 유리병에서 누가 먼저 탈출할까?

 

1982년 고든 시우 박사의 꿀벌과 파리 간의 탈출 경쟁 실험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쉽게 실험을 했듯이 파리는 빈 병의 여기저기를 온몸으로 부딪치다 마침내 뚜껑이 없는 병 입구를 유유히 빠져나간다.

 

그런데 꿀벌은 꼼짝없이 유리병에 갇혀 죽음을 맞이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고든 시우 박사의 실험 조건은 단순하다. 빈 유리병을 가로로 눕히고 햇빛이 들어오는 유리창 쪽으로 병 바닥이 향하게 놓았다.

 

유리병 안에 함께 있던 파리들이 2분간의 좌충우돌 끝에 여섯 마리 모두 입구를 찾아 빠져나가는 사이, 꿀벌들은 본능적으로 햇빛이 있는 유리창 쪽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 반대편에 열려 있는 병 입구 쪽으로는 언감생심 날갯짓 한 번 않은 채 여섯 마리 모두 지치거나 배고픔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 실험에서 파리가 꿀벌을 압도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좌충우돌하며 본능적으로 길을 텄을 뿐, 꿀벌의 길을 막은 적이 없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로 따지면 꿀벌은 죄수들과 다름없다. 플라톤의 죄수들은 벽면을 향해 앉아 있으면서 자신들이 보는 것만이 실재라고 우긴다. 그러나 벽면에 비친 건 태양빛에 드리워진 그림자일 뿐이다. 여섯 마리의 꿀벌은 벽면에 비친 그림자가 실재라고 생각하며 죄수의 족쇄에서 풀려나지 않는 것과 같다.

 

이 실험을 통해 고든 시우 박사가 던진 메시지는 이렇다. 벌들이 실패한 것은 날기를 좋아하는 마음이며, 바로 그들의 지성 때문이다. 그들은 분명히 모든 감옥에서 나오는 것이 빛이 가장 밝게 비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들은 그에 따라 행동하고 지나치게 논리적인 행동을 고집한다.

 

반면, 논리에 무관심한 멍청한 파리들은 이리저리 맹렬하게 날며 여기서 종종 단순한 것을 기다리는 행운을 얻는다. 필연적으로 그들에게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우호적인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다.

 

전략의 대가라고 불리는 헨리 민츠버그 교수는 꿀벌과 파리의 실험을 놓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의도된 전략((Intended Strategy)과 창발적 전략(Emergent Strategy)을 구분해 냈기 때문이다. 평생 디자인이라는 이 칼럼의 관점에서 보면 이렇다.

 

꿀벌은 유리병에서 나가려는 의도된 방향(빛이 들어오는 쪽)을 고집하지만, 그 전략은 실패로 끝난다. 이는 인생이 처음에 세운 계획이나 전략이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때를 상징한다. 꿀벌의 행동은 의도된 전략에 해당한다.

 

파리는 특정한 방향을 고집하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시도하면서 결국 유리병을 탈출한다. 이는 계획되지 않은 대로 인생이 유연하게 환경에 대응하며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파리의 행동은 창발적 전략에 해당한다.

 

인생은 처음에 의도한 계획이 아니라 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기회에 맞춰 유연하게 전략을 수정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발현전략은 현실에서 인생이 직면하는 불확실성과 복잡성 속에서 효과적인 전략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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