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한국)가 먼저 금융 법제도를 잘 정비해 둬야, 북한이 자본시장을 형성하려 할 때 우리가 그 경험을 전해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연구하고 준비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서 30여 년 동안 봉직한 뒤, 현재도 금융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형남 다올투자증권 상임감사(국민대 법학박사, 북한·통일법전공)가 '북한의 금융 법제도 연구'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10일 김 박사는 메트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북한이 자본시장을 연다면, 제한적이겠지만 특정 지역을 개발해 외국인이나 일부 북한 주민들이라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자본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 자본시장 형성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현재 북한에는 유가 시장이 없지만, '경제 특구'를 지정해 해당 지역을 한정적으로 개방하고 외국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합작법'은 이미 정비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논문에서 중국과 베트남의 금융 법제 정비 사례와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을 다뤘다. 그는 "이 두 나라는 사회주의 국가의 정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개혁·개방에 성공한 나라들이기에 참고 사례로 적합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베트남은 식민지 시대와 분단을 겪었음에도 주요 금융 법제를 정비해 증권시장을 성공적으로 설립, 운영하는 사례로 꼽힌다. 베트남은 1993년 증권시장 개장을 준비하면서 1996년 11월 20일부터 1998년 11월 20일까지 한국거래소(KRX)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그 결과 베트남에는 ▲호치민 ▲하노이 ▲업컴(Upcom) 시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코스피(KOSPI), 코넥스(KONEX)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김 박사는 "북한은 세습체제가 공고해 체제유지가 최우선 가치며, 주민 경제 문제는 후순위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번에 시장 경제를 받아들이라는 것이 아니라,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주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나마 시장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은 거래할 수 있는 광물 자원이 많고, 금융 시장이 전무해 보이지만 암시장은 존재한다"며 "이런 자원과 시장을 활성화하여 정상 궤도에 올리고, 주민들이 자본을 형성해 기업 자금 조달까지 가능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박사는 금융과 경제 발전에 있어 '법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베트남 자본시장 설립을 지원했던 것처럼, 언젠가 북한에도 우리가 자본시장 구축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금융사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얻은 경험이 있는 만큼, 북한이 자본시장을 형성할 때 한국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공산주의 체제에서는 입법이 비교적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법을 적용할 때 '법 안정성'이 특히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가 남북한 금융 제도의 공동 발전과 통합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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