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국민연금·한국거래소 주최
기관 및 투자자 "상법 개정 촉구, 주주권리 강화" 강조
재계 "밸류업 인센티브 빠르게 내놔야, 연기금 국내주식 비중 늘렸으면"
국민연금 "공시 확대·주총 분산 필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마련된 토론회에서 "주주를 위한 경영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와 재계의 의견이 대립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금융감독원과 국민연금공단, 한국거래소 주최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현상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공감하나, 이것이 근본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지며 더욱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
◆ '주주권' 강화하는 상법 개정…찬반 의견 극명히 갈려
이 자리에는 주주권리 보호와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패널들이 다수를 이뤘다. 기관투자자 대표로 나선 박유경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전무는 주장에 앞서 "미국의 GDP는 1993년부터 30년간 4배 성장했고, 대표 증시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은 10배 성장했다"며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GDP가 7배 성장할 때 코스피(KOSPI)는 3배 성장하는 데 그쳤다"고 통계를 제시했다. 이어 "만약 한국이 GDP가 성장한 만큼 코스피가 성장했다면 지수가 6000이 넘을 것"이라며 "한국 시장은 '저평가'라고 말하기도 부끄럽고, 자본시장에서 평가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고 신랄하게 평가했다. 박 전무는 "'경영권'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져야 하고, 권리를 가진 존재는 '주주'다"라며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를 강조하고 일반주주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사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까지 포함하는 방안이 밸류업의 핵심"이라면서 "정부가 상속세 깎아주고, 총수 세금 깎아주는 것으로만 (정책의) 초점이 잘못 맞춰져 있어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주주이익이 침해되는 사건이 일어나도 주주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사후 규제'가 미비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에서 잘못된 결정을 했을 때 이를 대상으로 하는 주주대표 소송은 1년에 10건도 되지 안 된다"며 "주주 행동주의 펀드가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긍정적 기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당국이 소송을 지원해 사후규제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계에서는 밸류업을 도입한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도입하고 국민연금의 국내 증시 비중 확대를 바랐다. 또한 현재 논의되는 상법 개정 방향이 오히려 기업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강석호 대한상공회의소 본부장은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규제 도입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22대 국회 개원 후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포함해 15건의 상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며 "(현 개정안은) 1주 1의결권 기본 원칙에 위배되고 회사의 존립 이유를 무색하게 한다"고 맞섰다.
◆ '지속 투자' 바라는 기업…국민연금 "주총 기간 분산·구체적 기업공시" 요구
토론에서는 밸류업 정착을 위한 '국민연금의 역할론'도 화두에 올랐다. 이상목 컨두잇(소액주주 플랫폼) 대표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라고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주주 제안을 검토했으면 한다"며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이 어떻게 주주권 행사를 검토했는지 자세하게 공시할 수 있도록 의무를 확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철우 신한금융지주 IR 총괄 파트장은 "밸류업이 성공하려면 장기적으로 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 한다"며 "연평균 15%씩 늘어나는 퇴직연금 자금이 안정적으로 주식 시장에 유입된다면 분명히 그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원장은 "단기간 한국시장 수급을 안정을 위해서 국민의 자산을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국내 포트폴리오를 늘리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공개되는 정보의 양이 너무 적거나 없는 경우가 있어 저희가 묻기 전에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600개 이상에 달하는 기업의 주주총회가 2월 말에서 3월 말까지 집중돼 있음을 비판했다. 그는 "일주일에 250개를 한다면 5일 근무하는 직원들이 하루에 50여개의 회사를 분석해야 하는데, 결국 현실적으로 기업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서로 불만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황선호 금감원 금융투자 부원장보는 "기업 의사결정 관련 공시가 부족하다는 문제를 인지하고 이사회의 의사결정 근거 자료 등을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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