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결제 못 해, 할부할래요"
카드사 상반기 할부수수료 1조7000억원 돌파…11.2% 증가
고금리 기조에 車 가격 오르는 소비자 '이중고'…車 할부 수익 24.6%↑
불황 여파로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가 할부로 벌어들인 수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사가 무이자할부 혜택을 축소하고 일시불결제에 부담을 가진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할부금융(캐피탈)사의 경우 자동차 판매 부진에도 역대급 할부 이익을 거뒀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용카드가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할부카드수수료는 1조7037억원이다. 전년 동기(1조5326억원) 대비 11.2%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신용카드사의 할부수수료 수익은 1000억원 안팎으로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연간 4000억원 넘게 늘었다.
수수료 이익 반등 배경에는 카드사의 무이자할부 혜택 축소 때문이다. 지난해 고금리 여파에 여전채(AA+/3년물) 금리가 오르면서 최대 6개월까지 가능했던 무이자할부 혜택을 2~3개월로 대폭 줄였다. 최근 일부 카드사를 중심으로 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이 부활하고 있지만 지난해의 양상이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경기 한파에 수수료를 내더라도 할부에 의존한 소비자도 증가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 8곳의 개인신용카드 할부 누적잔액은 지난 8월 기준 55조3980억원이다. 전년 동기(50조9561억원) 대비 8.71% 증가했다. 신용카드 할부 금리는 기간별로 차등 적용한다. 최소 연 6%에서 법정최고금리(연 20%) 근처(연 19.9%)까지 부과한다. 할부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리가 높아진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비용이 높아지면서 할부 기간을 축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상황에 대응한 것"이라며 "최근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면서 무이자할부 혜택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캐피탈사 또한 불황에 반사이익을 누렸다. 자동차할부금융수익이 급증하면서다. 올 상반기 캐피탈사 25곳의 자동차할부금융 수익은 7825억원 규모다. 전년 동기(6282억원) 대비 24.6% 증가했다. 지난 2019~2022년 캐피탈사의 자동차할부금융 수익은 등락을 반복했지만 지난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증가세다.
반면 차량 구매자는 감소했다. 올 상반기 국내 완성차 5곳의 내수 판매량은 67만373대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11.7% 줄었다. 지난 2010년부터 상반기 완성차 판매량이 70만대 아래도 떨어진 것은 2012년과 2013년, 2022년과 올해 단 4번 뿐이다. 고금리 이자와 함께 현금으로 차를 사기 어려운 고객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차량 단가가 높아진 것 또한 자동차할부금융수익 증가 요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산 승용차의 평균 가격은 3046만원이다. ▲2021년(3277만원) ▲2022년(3511만원)에도 꾸준히 상승했다. 카플레이션(자동차 가격 상승 현상)과 고금리 기조에 소비자 부담이 커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인구감소가 가속화할수록 관련 이익이 증가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입문용 차량 구매자는 줄어드는 반면 주요 소비층으로 분류되는 중년층의 경우 차량 등급을 높이는 등의 구매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신차가격 인상과 고금리 여파에 자동차할부수익이 확대됐다"며 "고객들의 차량 구매 유행도 변하고 있다. 과거 중형급을 타던 소비자들이 대형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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