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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신세철의 쉬운 경제] 인플레이션은 민심 이반과 직결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저자 신세철.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민주당을 물리치고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까닭은 뭐니 뭐니해도 물가 불안이라는 시각이 가장 유력하다. 역사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민주주의와 물가 불안은 공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석유파동, 코로나 같은 외부요인이 아니라면, 물가가 불안한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어렵고, 민주주의가 파괴된 나라에서 물가가 안정될 수도 없다. 9월 현재 미국 근원물가가 2.9%로 어느 정도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그동안 올랐던 물가로 말미암아 현재 물가수준은 상당히 높아 시민들은 물가 불안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플레이션이 국가와 정권을 위태롭게 한 직간접 원인으로 작용한 사례들을 되돌아보자. 대원군은 백성의 살림살이를 편안하게 해줘야 왕권이 강화된다는 평범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궁궐을 거창하게 세워야 왕실의 위엄이 높아지는 줄로 착각했다. 글자 그대로 초근목피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고 경복궁 증축에 온힘을 기울이다 나라 살림을 송두리째 탕진했다. 당오전, 당백전을 남발하여 강제로 유통시키고 관에서는 세금으로 땡전은 받지 않는 치졸한 꾀를 부렸다. 돈의 가치가 갑자기 1/5, 1/100로 추락하며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 삽시간에 경제질서가 무너져 내렸다. 부모 자식 건사하기도 어려운 처지에서 나라에 대한 백성들의 신뢰는 글자 그대로 땅에 떨어진 '땡전'처럼 되어 나라의 명줄이 바람결 등불이 되었다.

 

4.19 의거는 만연한 부정부패와 3.15 부정선거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저항심이 도화선이었다. 그 먼 원인은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 불안에 따른 민심 이반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경제정책이란 해외 원조를 기다리거나 돈을 찍어내는 일이 고작이었다. 오죽하면 김광균 시인은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고 빗대어 유동성 증발로 말미암은 화폐가치 타락을 통탄하였다. 생산량은 늘어나지 않는데 책임감 없는 정부가 돈을 마구 풀어대니, 통화량이 늘어나며 돈의 가치는 흩날리는 낙엽처럼 되었다. 특권층 다락에는 돈뭉치가 나뒹굴었지만, 한 푼 벌이가 어려운 저소득층은 극한상황으로 몰려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신음이 난무하였다.

 

반역인지 아니면 '반역의 반역'인지 모를 10.26 사태는 독재정치와 성장피로감으로 흐트러져가는 민심을 수습하려 풀어댄 유동성이 물가 불안을 초래해 비롯되었다. 민심을 달래기 위해 지속적 경제성장을 도모하려 통화를 증발하였으나 경기는 살아나지 못하고 물가 불안이 기승을 부렸다. 통화 증발의 해악을 외면한 데다가 석유파동까지 겹쳐 물가가 기승을 부렸다. 물가가 거침없이 올라 이듬해 1980년에는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의 배가 넘는 20% 후반에 이르렀다.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물가상승률로 서민의 생계가 오죽했겠는가? 일자리는 줄어들고 치솟는 물가 불안으로 말미암은 민심 이반에 대한 권력 심장부에서 시각차가 커지며 내부 총질이 벌어졌다.

 

통화증발은 기발행 화폐의 가치를 떨어트려 민생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결국 권력에 대한 신뢰 저하로 연결되어 민심이 흔들린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물가가 불안해지면 저소득층 살기가 어려워지며 참다운 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어렵다. 민주주의 기본 원칙이 흔들려 위정자 마음대로 유동성을 팽창시켜 물가 불안이 고개를 드는지, 시민들 살림살이를 어렵게 만드는 인플레이션이 민주주의를 후퇴시켜 절망으로 이끄는지 그 선후 관계는 단정짓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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