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이 힘들게 개발한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이 줄줄이 새고 있다. 해가 갈수록 유출 건수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정부와 기업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핵심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다가 적발된 게 25건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1건보다 19% 늘어난 수치다. 만약 이 기술들이 해외로 유출됐을 경우의 피해규모는 56조2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국가수사본부의 추정이다.
국가수사본부에 적발된 25건 가운데 18건은 중국으로 유출이 시도됐으며, 25건 가운데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술들도 10건에 이른다고 한다.
국가정보원이 집계한 통계도 이와 비슷하다. 국정원이 최근 5년간 기술유출을 시도하다가 적발한 건수는 97건에 이른다. 지난 9월 삼성전자의 전 수석연구원이 D램 기술을 중국에 빼돌리려다가 적발된 게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국가핵심기술 탈취 시도는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이나 영업비밀에 대한 탈취 시도는 대기업만 타깃이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이런 시도에 사실상 무방비상태다. 애써 개발한 기술이나 영업 노하우, 영업비밀들이 속수무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국내에서 총 589건의 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89%인 524건이 중소기업들에 집중됐다.
기술유형별로 보면 영업비밀 유출이 92%를 차지했으며 산업기술 유출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기술 유출을 시도한 사람들은 대부분 기업 내부자(423건, 71.8%)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술들 가운데 국외로 유출된 건은 72건이며 중국에 47건, 미국에 8건, 대만에 4건, 베트남과 일본에 각 2건씩 기술이 유출됐다.
지금은 지식정보사회다. 지식재산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며, 특허나 영업비밀 등 지식재산을 얼마나 많이 개발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얼마나 잘 보호하느냐도 중요한 시대다.
세계 각국은 이런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에선 경제스파이법(EEA), 통일영업비밀법(UTSA) 등으로 처벌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에선 부정경쟁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선 영업비밀 지침을 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방위산업기술보호법, 대외무역법 등을 통해 산업기술이나 영업비밀 등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열 포졸이 도둑 하나를 못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세계 각국이 다양한 법률을 만들고, 처벌을 강화해도 갈수록 교묘해지는 범죄를 적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국정원이나 경찰청에서 적발한 기술유출 이면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성공사례'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첨단 기술이나 영업 노하우,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도 처벌 수위를 더 높여 사전에 방지해야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도 단속을 해야 한다. 특히 기업비밀의 대다수가 내부자에 의해 발생하는만큼, 인재 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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