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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정신의학의 탄생

하지현 지음/해냄

 

책은 마음의 병을 고치는 학문인 '정신의학'이 발전하는 데 전환점이 된 42개의 사건을 뽑아 소개한다. '병리를 보면 생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말처럼 마음의 병리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섭렵하고 역사적 흐름을 관찰하고 나면, 어떤 마음이 평온하고 건강한 것인지, 어떤 세상이 안전하고 이상적인 사회인지 나름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정신의학의 탄생'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정서에 대한 과학적 접근인 '인지치료'를 다룬 내용이었다. 현재 우울증 치료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 중 하나로 꼽히는 인지치료는 정신분석의 단점을 극복한 합리적인 방식의 정서행동치료로 여겨진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 영역에 존재하는 무의식 안에 정신적 외상으로 인해 억압된 감정적 기억을 자유연상이라는 과정을 통해 의식화시켜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억압됐다가 성인기의 감정과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근거로 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치료로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았지만, 주 4~5회씩 긴 의자에 누워 수년간 치료를 진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탓에 중상류층 이상의 부유한 사람만 정신분석 치료의 수혜 대상이 됐던 상황에서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가 '인지치료'의 기틀이 되는 '합리적 정서행동치료' 기법을 제시한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하고 정신분석가가 된 엘리스는 1940~1950년대 본격적으로 환자들을 진료하기 시작했다. 그는 무의식에 숨은 과거의 기억을 깨달은 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환자들을 발견했다. 엘리스는 환자들의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능한 한 객관적인 생각으로 바꿔 올바른 신념을 갖게 하는 '합리적 정서행동치료'를 시행했다.

 

이직한 회사의 실적이 나빠져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환자가 "앞으로 나에겐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내가 다니는 회사는 모두 망할 것이다"는 재앙적 사고를 하고 있다면,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는 건 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며, 만일 해고당한다 해도 이번 회사에 금방 들어왔듯이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등의 방식으로 비합리적인 신념을 이성적으로 논박해보는 것이다.

 

수동적으로 환자의 말을 듣기만 하는 정신분석과 달리,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태도를 취하는 엘리스의 실용적인 치료법은 1970년대 큰 인기를 끌었고, 정신분석으로만 마음과 정신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던 서구 사회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저자는 "인지치료가 등장하기 전까지 우울증이나 불안증은 의지가 약해서 생긴 문제이거나, 어릴 때 겪은 심각한 정서적 트라우마로 인해 발생한 결과라고 생각해 장기간 정신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다"며 "그러나 엘리스와 백의 인지치료 기법이 확립되고 우울증 메커니즘의 윤곽이 잡히면서, 우울증의 치료는 객관적 평가와 생물학적 변인에 대한 탐구, 정확한 목표 증상에 대한 효율적인 치료라는 현대의학적 방법론에 발맞출 수 있게 됐다"고 밝힌다. 428쪽.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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