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이슈노트: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
인플레이션 급등시기 칩플레이션 발생
팬데믹 이후 저렴한 상품의 가격이 더욱 빠르게 오르면서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렴한 상품의 경우 마진이 작아 수입 원자재 가격상승분이 고스란히 전가된 영향이다. 물가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중·저가 상품의 가격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1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Cheapflation)과 인플레이션 불평등' BOK이슈노트를 내놨다. 이번 보고서는 2020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가공식품에 속하는 81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사됐다.
◆팬데믹 이후, 저가상품 16.4% 올라
조강철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이날 우리나라도 팬데믹 이후 저가상품의 가격상승률이 더욱 높게 나타나는 칩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조사기간 중 저가상품의 가격은 16.4% 상승한 반면 고가상품의 가격은 5.6%에 그쳤다.
예컨대 라면의 경우 일반 라면과 자연 식재료만 사용한 라면 등으로 가격차가 발생한다.팬데믹 이후 저가 상품인 일반 라면의 값이 자연식재료만 사용한 라면보다 더욱 올랐다는 설명이다.
저가상품의 마진이 작아 팬데믹 이후 오른 원자재 비용이 고스란히 더해진 영향이다.
조 차장은 "칩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 급등기간에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물가가 급격히 오르는 기간에는 모든 상품의 가격이 오르지만, 특히 저렴한 상품의 가격이 다른 상품의 가격보다 높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물가가 오르자 모든 소비자들이 저렴한 상품으로 몰린 것도 요인으로 지목됐다. 가계의 경우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소득이 감소해 이전과 같은 상품이더라도 더 저렴한 상품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연도별로 가격분위별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저가상품의 매출비중은 늘어난 반면 고가 상품의 매출비용은 줄었다. 저가상품, 저가상품과 이를 파는 판매점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해당 상품 가격은 더욱 올랐다는 설명이다.
◆물가상승 체감, 저소득층이 더 커
특히 칩플레이션은 가계 소득계층간 물가의 격차를 확대시켜 인플레이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예컨대 라면의 경우 저소득층은 일반 라면을, 고소득층은 자연식재료만 사용한 라면을 먹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과 고소득층이 체감하는 물가는 다를 수 있다.
실제로 2019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하위 20%의 저소득층 누적 실효물가상승률은 13%로 집계됐다. 상위 20% 고소득층이 11.7%인 것과 비교하면 1.3%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저가상품에 대한 지출이 상대적으로 많아 물가 상승분이 많이 반영된 반면 고소득층의 경우 저가상품에 대한 지출이 적어 물가 상승분이 적게 반영됐다.
이날 조 차장은 저소득층을 위해서라도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안정기조를 유지하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시기에 칩플레이션이 나타난 점을 감안할 때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더 큰 인플레이션 비용을 감내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통화정책을 통해 전체적으로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결국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기에는 중·저가 상품의 가격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차장은 "수입 원자재 가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특정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최대 40%포인트(p) 낮추는 할당관세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가격이 급등한 품목에 할인지원을 하는 경우에도, 품목 전반을 할인지원하기보다 중·저가상품을 선별 지원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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