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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35. 로컬 크리에이터, 지역을 재발견하다

[임경수 교수의 라이프롱 디자인] 35. 로컬 크리에이터, 지역을 재발견하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새로운 습관이 생긴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요즘은 당연시되지만 생수를 사서 집안에 쟁여놓는 버릇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2011년쯤이 확실한 것 같다. 그 당시 구제역이 횡행하면서 소와 돼지를 땅 속에 묻는 생매장 살처분이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그 때부터 우리 부부는 물의 출처를 따지기 시작했다. 수원(水源)이 어디인가, 지역의 레테르가 구매의 본질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습관은 수그러들지 않고 확장하는 경향이 있다. 배추를 살 때면 해남배추인가, 괴산배추인가를 들여다본다.

 

그 사이 노안이 들어 안경을 벗고 수정체를 애써 맞춰가면서도 지역에 대한 습관을 고집한다. 깻잎은 금산, 호박은 진주, 배는 나주, 당근은 제주, 양파는 무안을 찾는 습관이 행복이 되었다. 마치 마르셀 프루스트가 습관을 '능숙하면서도 느린 이 조종자는 잠시 머무르는 숙소에서 몇주 동안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다가 우리가 찾아내면 행복해지는 그런 것이다'라고 쓴 것처럼 말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말은 더더욱 오래되지 않았다.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인 크리에이터(creator)가 합성된 형태의 신조어라는 건 금방 유추할 수 있다. 5~6년전 쯤인가 지역 활성화 사업에 나선 정부가 지역가치 창업가를 육성한다고 하면서 실존하게 되었다.

 

그 사이 드러난 로컬 크리에이터의 면면을 보면 낯설지만은 않다. 제주의 해녀의 부엌, 속초의 칠성조선소, 충주의 댄싱사이더, 공주의 마을스테이, 평창의 산너미목장 등은 꽤나 지역의 알레고리가 되었다. 마치 생수를 사는 것이 아니라, 배추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구매하는 것과 같은 버릇이 되었다.

 

지역가치 창업가는 지역의 자연과 문화 특성을 소재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으로 정의된다. 창업의 질료(質料)가 지역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 지역이 배태(胚胎)하는 물질이나 문화를 충분히 섞는 일이다보니 누구보다 상상력이 배가되어야 한다.

 

푸르스트의 마치 운율을 맞춰야 하는 제약 때문에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시구절을 발견하게 되는 뛰어난 시인들처럼!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의 질료를 맞춰야 하는 제약 때문에 오히려 가장 구분 짓기 쉬운 지역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역의 모든 문제는 언제나 우리에게 열려 있다. 이는 해결을 위한 도전의 시작점을 제공한다. 모든 대답은 곧장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어 끊임없는 재발견을 요구한다. 몽테뉴의 말을 빗대자면, 지역은 우리가 소유하려는 것이 아니라 함께 향유하며 살아가는 공간이다.

 

로컬크리에이터의 삶은 단순히 시장 속에서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 속에서 의미를 찾고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 지역 속에서 살아가는 로컬크리에이터는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역과 상호작용한다. 결국, 지역은 질문과 대답이 교차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끝없는 실험의 장이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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