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대외신인도 만전 기할 것"
1997년 1월 한보그룹이 무너졌다. 한보주택과 한보철강 등 사업확장을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킨 결과였다. 한보그룹의 부도는 기아, 쌍방울, 해태그룹의 부도로 이어졌고, 금융업계는 손 쓸새 없이 손실을 입었다. 신용평가기관인 S&P에 이어 무디스(Moody's) 등은 줄지어 신용도(대외신인도)를 내렸고, 환율은 끝없이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시작이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7일 열린 거시경제·금융 현안간담회에서 "대외신인도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한국경제설명회(IR)를 개최하는 등 각 기관에서 국제사회에 우리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fundamental·전반적인 경제상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거시경제·금융 현안간담회는 경제와 금융, 통화당국 수장들이 모이는 자리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다. 정치적 불안정이 대외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달라는 설명이다.
◆ 대외신인도 회복까지 18년
최 권한대행이 대외신인도에 민감한 이유는 한 번 떨어질 경우 회복하는데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현재 S&P, 무디스, 피치 등 3대 글로벌 신용사는 우리나라를 선진국 수준인 AA, Aa2, AA-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등급을 받은 기간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신용등급(피치 기준)은 AA-에서 B-로 12단계 하락했다. 이후 한국은 2001년 IMF 구제금융조치를 졸업했지만, 신용등급은 2015년 회복됐다. 회복되기까지 약 18년이 걸린 셈이다.
대외신인도는 외부에서 우리나라의 기업 또는 국가를 신뢰하는 수준을 말한다. 대외신인도를 평가하는 대표적 척도는 국가신용등급이다.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듯 S&P,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국가의 재정 등을 바탕으로 신용도를 평가한다
대외신인도가 떨어지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마치 개인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못하게 돼 채무를 상환할 것이라는 신뢰를 잃을 경우, 신용평가점수가 떨어져 은행에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거나,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것과 같다.
통상 정부의 수입은 주로 세금 및 기타 공공수입으로 충당되지만, 정부의 지출이 수입을 초과할 경우,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한다. 이때 신용평가사가 평가한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금리가 높아져 국채상환부담이 증가한다.
이 경우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수입 비용이 증가해 물가가 오르고 기업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 경제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심각한 경제위기도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금리도 동결시킨 '대외신인도'
한국은행도 새해 첫 금통위에서 대외신인도를 우려해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가지 정치적인 불확실성으로 우리나라를 보는 상황이 불안해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고민 끝에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불확실성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살펴보는 것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불과 한달 전 이 총재는 과거 노무현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등 2번의 탄핵정국의 사례로 들며 "당시 데이터를 보면 단기적인 영향도 없었고 중장기적인 영향도 크게 없었다"며 "경제성장률이나 중장기적인 경제 부분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었으며, 과거가 반드시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12월 3일 비상계엄사태는 민주주의 프로세스가 원활이 돌아가 6시간 만에 해제로 완화됐지만, 이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정치적 리스크가 기업의 투자심리와 국민의 소비심리를 위축해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3대 신용사 중 무디스는 "정치적 위기가 지속되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피치는 "정치적 교착 상태에서 재정지출을 늘리라는 요구가 증가할 수 있다면서 한국의 재정적자와 부채를 악화시켜 중장기적으로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치적 위기로 현재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지난 17일 기준 1454.70원이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사태 당일(1402.00원)보다 52.7원 올랐다. 정치적 위기로 원화가치가 하락한 상태에서 금리를 내릴 경우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져 더 하락할 수 있어 금리를 동결했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환율에 더 가중치를 두고 금리동결을 결정한 것은 대내 결정보다는 대외상황이 주는 대외신인도 등 여러가지 불확실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 사실"이라며 "두번의 탄핵과 같이 안정적으로 진행되면 정치적 위기로 올라간 환율이 내려가지(원화 가치 상승)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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