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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주말은 책과 함께] 곽재식의 고전 유람

곽재식 지음/북트리거

 

'참이슬'은 한국인이 '증류주'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소주'의 대명사로 꼽힌다. 달달한 액체가 차고 넘치는 세상. 굳이 이슬을 술의 상표로 가져다 쓴 이유는 뭘까. '고전'과 '소주 참이슬',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두 말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최근 '곽재식의 고전 유람'을 읽다가 발견했다.

 

책에 따르면, '달콤한 이슬'은 '영생불멸을 이루게 해주는 약'과 관계가 깊다. 고대 인도 신화에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영약, '암리타'가 나온다. 불교가 동아시아로 전파되면서 불경의 소재로 사용된 암리타는 '감로(甘露)'라는 한문 표현으로 옮겨졌다. 신들이 영생불멸을 얻기 위해 마신 약이 '달달한 이슬'로 불리게 된 것.

 

소설가인 저자는 신비로운 사연을 다룬 전설이나 신화에 '과학적 사실'과 '실체적 근거'라는 양념을 쳐서 썰로 풀어낸다. 스토리텔링 기법이 탁월해 고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진다.

 

조선 중기 홍만종이 펴낸 '순오지'에 등장하는 털복숭이 이야기도 그중 하나. 두류산 절에 기거하던 승려는 겨울밤 아궁이 속을 헤집어 불을 꺼뜨려 놓는 범인을 찾기 위해 골몰한다. 그는 그물을 쳐 놓고 부엌에 잠복해 있다가 온몸이 긴털로 뒤덮인 괴생명체를 목격한다. "사람이오, 신선이오? 어찌하여 이곳에 왔소?"라는 물음에 괴물은 새 울음소리로 답한다. 결국 대화를 포기한 승려는 털복숭이를 놓아주고, 괴생명체는 바람을 가르며 사라진다.

 

저자 곽재식은 명탐정 코난에 빙의해 홍만종이 살았던 시대와 장소를 토대로 털복숭이의 정체를 추적해 나간다. 첫 후보는 야생 원숭이. 당시 한반도에 자생하던 동물은 아니었지만, '조선왕조실록'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원숭이가 외국에서 수입됐을 수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또 작가는 충북 단양의 구낭굴에서 발견된 짧은 꼬리 원숭이 뼈를 근거로 날씨와 환경이 달랐던 수만 년전 한국 땅에 살아남은 이 개체의 후손이 조선 시대까지 생존해 산속에 지내던 승려의 눈에 띄었던 것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공학 박사라는 배경을 가진 SF 소설가답게 과학적 사실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순오지에 나오는 털복숭이가 네안데르탈인일 가능성도 점쳐본다. 사람보다 먼저 등장한 고대의 옛 종족이 인간과 전쟁에서 패해 계속 동쪽으로 밀려나다가 대륙의 끄트머리 한반도에 흘러들어 산속에 기거하고 있다(참고로 네안데르탈인의 주 거주지가 유럽과 아시아 서쪽 지역이어서 이 명제가 참일 확률이 아주 희박하긴 하다.)고 상상하며 순오지를 다시 읽어본다면 털로 뒤덮인 괴물 이야기가 처음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316쪽.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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