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대감이 강남 집값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강북 및 서울 외곽 집값은 상대적으로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 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한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첫째 주 주간아파트동향에 따르면 강남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송파구(0.09% → 0.13%)는 신천·잠실동의 주요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며 오름세를 지속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강남권 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토허제 해제 기대감을 꼽는다. 거래 제한이 완화되면 투자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선호 단지에 대한 매수 심리가 강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잠실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토허제 해제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이후 매매 문의가 늘었다"며 "강남권에서는 '지금 사지 않으면 더 오를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최근 28억8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지난달 초 27억원 내외에서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1억~1억5000만원 상승한 가격이다.
반면 서울 외곽과 강북권 일부 지역은 여전히 시장 회복이 더디거나 하락세를 나타냈다. 노원구(-0.03%→-0.03%)가 상계·중계동 구축, 은평구(-0.02%→-0.01%)는 증산·구산동 위주로 하락했다. '범강남권'으로 불리는 강동구(-0.01%→-0.03%)와 동작구(-0.01%→-0.01%)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강남권과 외곽 지역 간 집값 격차가 점점 커지는 배경에는 대출 규제뿐만 아니라 주택 수요층의 근본적인 차이도 있다는 분석이다. 강남은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고액 자산가 중심의 시장이지만 외곽 지역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실수요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특히 강남권은 신축 및 재건축 단지 선호도가 높아 공급 대비 수요가 꾸준한 상황이다. 자산가 중심의 대기 매수세까지 형성되면서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적은 것도 특징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0일 "강남은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울 외곽 지역이나 강북 지역은 여전히 수요 회복이 더딘 상태"라며 "강남 중심의 부동산 시장 회복이 결국 서울 내 주택 가격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강남은 본래부터 수요층이 두터운 지역이어서 규제 완화 없이도 시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서울 외곽 및 수도권 일부 지역은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로 인해 가격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강남 주요 지역의 가격 상승과 외곽 지역의 부진이 맞물리면서 서울 전체의 균형적 시장 회복을 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단순한 규제 완화나 금융 지원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서울 내 부동산 시장은 강남권 중심의 가격 상승과 외곽 지역의 정체가 공존하는 양극화 국면에 놓여 있다. 단기적인 규제 완화나 금융 지원만으로는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기에 시장의 자생적인 조정과 장기적인 공급·수요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외곽 지역의 시장 격차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현재도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 지원이 시행되고 있지만 외곽 지역의 가격 정체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강남권을 포함한 특정 지역의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시장 정상화를 위한 조치이지만 이를 통해 서울 전역의 시장 불균형이 해소되기 어렵다"며 "결국 강남과 외곽 지역 간 부동산 시장의 온도 차이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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