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렇게 학습이 뜨거웠던 시대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요 며칠 사이에 장안의 화제였던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의 행적은 온통 학습에 불을 지폈다.
우선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의 학력이 관심사였다. 중국의 아이비리그라고 해야 할까. 중국 명문대 그룹 C9에 속하는 저장대학에 수석 입학했음은 물론, 2010년에 벌써부터 'AI 감시 카메라의 지능형 추적 알고리즘 개선'이라는 석사 논문을 썼다. 이런 학력(學歷: 학교를 다닌 경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수학적 재능을 키워 선형대수, 편미분 그리고 확률통계학에 뛰어난 학력(學力: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능력)을 만든 게 딥시크의 출현 배경이었다.
량원펑의 학력이 화제가 되는 건 딥시크의 거대언어모델(LLM)인 딥시크-V3와 추론모델인 딥시크-R1 때문이다. 인간과 똑같이 언어로 응답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단연 독보적인 오픈AI의 챗GPT 4o와 o1에 견주어 딥시크 인공지능이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IT 거인인 구글이 생성형 인공지능 '제미나이(Gemini)'를 선보일 때도 꿈쩍하지 않던 세상이 딥시크에는 생동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 번째로 인공지능이 나날이 똑똑해지는 데 들이는 비용이 단연 눈에 띈다. 오픈AI가 수천억 원을 들여 GPT-4o를 교육시켰다는데 딥시크는 그의 10%도 들지 않았다. 다음으론 AI로 세상을 빨아들일 것 같은 미국 패권의 위세에 중국의 한 벤처창업기업이 일침을 놓았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십억대 인구가 디지털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중국의 AI 인프라도 한 몫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러한 성과를 가능케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딥시크의 학습능력에 있다. 딥시크는 숫자 정밀도를 최적화해 메모리를 75% 절감하고, 문장 전체를 한 번에 읽어들여 처리 속도를 2배로 높이며, 필요한 순간에만 파라미터를 활성화하는 등 저비용 고효율 AI 모델로 진화했다. 그리고 이러한 지능형 학습의 결과는 당연히 딥시크와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창업자 량원펑의 학습능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인간에게 학습은 연습이나 경험으로 일어나는 행동의 지속적인 변화를 말한다. 량원펑으로 치면 선형대수, 편미분, 그리고 확률통계학에 대한 연습과 경험을 통해 복잡한 수학적 원리를 인공지능 구조에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비해 AI에게 학습이란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탐지하고, 문제해결에 필요한 최적화된 모델이나 규칙을 스스로 개선하는 과정이다. 딥시크로 치면 대규모 데이터셋에서 행렬 연산과 확률 분포를 활용해 패턴을 탐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경망의 가중치와 파라미터를 최적화하여 문제해결에 필요한 예측모델과 알고리즘을 자동으로 개선하는 과정인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있었는데, 그는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고 한 것과 꼭 마찬가지로 "너의 영혼을 보살피라(care your souls)"고 말했다. 그는 연습과 경험을 통해 행동과 사고가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질문을 통해 상대가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진리에 이르는 길을 스스로 찾도록 유도했다.
현재적 AI는 소크라테스처럼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데는 제한이 있다. 소크라테스의 질문은 철학적 통찰에 기반해 상대의 무지를 깨닫게 하고 사고의 확장을 유도하지만, AI의 질문은 주어진 데이터와 프로그래밍된 패턴에 기반하여 생성된다. AI가 질문을 한다면 데이터의 불완전성이나 모델 개선을 위한 추가 정보 요구에서 주로 발생할 뿐이다. 혹시 미래의 AI가 창발적 사고를 갖게 된다면 스스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임경수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교수/성인학습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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