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밥상을 위협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기후위기에 따라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국내에서는 제철 식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먹거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지속된 커피와 코코아 가격 급등은 커피 프랜차이즈와 제과업계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아라비카 원두의 선물가격은 11일 기준 톤(t)당 9458.84달러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찍었다.지난해 동월과 비교해 2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인스턴트나 저가 커피 원료로 주로 사용되는 커피 로부스터 가격은 t당 5653달러로 연초보다 10.4% 오른 수준이다.
원두 생산지의 이상기후 영향으로 브라질과 베트남 등 작황이 좋지 않은데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국제 원두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코코아도 지난 수년간 t당 2000달러 수준이었다가 2023년부터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 말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러한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커피 프랜차이즈들과 롯데웰푸드와 해태제과 등 제과 기업은 가격을 올렸다. 원두와 코코아는 이상 기후로 작황이 문제됐던 만큼 예년 수준을 다시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배추와 무 등이 이상 기후로 인해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김장철 배추 대란이 일기도 했다. 올해도 기후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하며 장바구니 물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월별 평균 기온이 해당 월의 장기 평균(1973~2023년) 대비 1년간 1℃ 상승하면 1년 뒤 농산물 가격은 2%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은 기후 변화에 관계 없이 일정한 생산량을 보장하는 스마트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인공지능(AI)·로봇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농업 시스템을 말한다. 농작물 재배 환경을 통제해 안정적으인 농산물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
농심은 지난 2018년 사내 스타트업을 결성해 스마트팜 사업 초석을 다졌다. 당시 60평 규모 특수작물 연구를 위한 재배시설과 200평의 양산형 모델 스마트팜을 신설했다. 지난 2022년 11월에는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을 수출하는 첫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CJ제일제당도 전 세계 농작물 수급 불안이 고조되는 등 스마트팜 수요가 늘자 사업화 추진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22년 디지털 팜CIC를 신설하고 스마트팜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자체 수직농장 솔루션 등 관련 기술을 확보했으며 추가 기술 개발 등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전북특별자치도와 장수군과 손잡고 '동부권 임대형 수직형 스마트팜'의 민관 협력 상생 모델 구축에 나서는 등 스마트팜 관련 사업에 발을 넓히고 있는 모습이다.
신세계푸드는 2021년부터 농가에 스마트팜 설비 구축을 우선 지원하고 이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전량 납품받는 방식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버거에 활용되는 토마토가 대부분 스마트팜을 통해 재배된 것이다.
식품업계는 노지 작물 외에 김 육상 양식에도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김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반면 기후 변화로 생산량은 감소해 공급 확대를 통한 가격 안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 육상 양식은 생산 효율성이 해상 양식 대비 높은 데다 해수온 상승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풀무원은 지난해 전북도와 군산시, 개발금개발청, 한국농어촌공사 등과 새만금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군산시 새만금 수산식품 수출가공 종합단지에 향후 5년간 60억원을 투자해 '육상 김 연구개발(R&D)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센터는 올해 상반기 착공해 육상양식 물김 연구와 마른 김을 가공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양식 김을 활용해 김 스낵 등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동원F&B는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와 김·해조류 육상 양식 기술 개발을 진행한다. 김 시장 점유율 1위인 동원F&B는 그동안 고급 원초(김의 원료), 포장 기술 차별화 등을 통해 줄곧 선두를 유지해왔다. 향후 제주도 용암 해수의 장점을 살려 김을 비롯한 해조류의 스마트 육상 양식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해나갈 예정이다.
앞서 CJ제일제당은 2018년 업계 최초로 김 육상 양식 기술 개발에 나서 2022년 수조 배양에 성공했고 이듬해에 국내 최초로 전용 품종을 확보하기도 했다. 2025년에는 파일럿 생산 규모를 10t 이상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대체 식품 개발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조직 단백질(TVP)를 개발하고, 이스라엘 배양육 기업인 '알레프팜스'에 투자하며 대체육·배양육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중이다. 롯데웰푸드는 대체육 브랜드 '제로미트'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중앙연구소와 롯데웰푸드가 약 2년간의 연구를 통해 고기 특유의 식감과 풍미를 내는 제품을 개발했다. 롯데푸드에서는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에 제로미트를 공급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소비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식품을 제공하는 선도 기업으로 입지가 굳은 풀무원은 '지구 식단'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 뿐 아니라 농산물 재배 면적 자체가 줄어들면서 스마트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다른 가공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이 우선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원선기자 tree6834@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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