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2일 발표할 것으로 거론되던 자동차·반도체 관세 발표 시기를 앞당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시계에 속도가 붙으면서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인 한국 기업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다음 달, 또는 그 전에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자동차 관세를 4월 2일쯤 발표할 것이라는 기존 발언보다 시점이 더 빨라진 것이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주력 품목이어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우리나라 수출 전선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주최한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프라이오리티 서밋' 연설에서 "다음달, 또는 그 전에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해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며 "미국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4월 2일 자동차에 관세 25%, 반도체에는 그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신의 관세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간단히 말해 관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면 그들은 관세를 물 필요가 없다"며 관세가 "우리 재정에 수조 달러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지속적으로 자동차와 반도체 관세부과 의지를 드러낸 만큼 한국 수출을 이끌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자동차는 대미 수출 1위 품목으로 지난해 한국 전체 자동차 수출액 707억8900만 달러 중 대미 수출액은 347억4400만 달러로 49.1%에 달했다. 반도체 대미 수출 규모도 지난해 103억 달러를 기록해 자동차, 일반기계에 이어 3위에 올랐으며 의약품 수출액도 96억 달러로 전년 대비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 때부터 예고된 관세에 대응해 본격적인 생산 확대를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가동에 들어간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연 30만대에서 50만대로 높일 계획이다. 또 앨라배마 공장(35만6100대), 기아 조지아 공장(34만대) 물량을 더해 미국 내 생산 능력을 총 119만6100대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지난해 기준 생산 물량의 약 84%를 미국에 수출한 한국GM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의 영향권에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내 최대 차량 제조사인 GM 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맞춰 글로벌 생산 전략을 바꿀 수 있다.
자동차 부품 업계도 미국의 관세장벽을 뚫기 위해 현지 생산 공장 구축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악셀 마슈카 현대모비스 부사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생산을 강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미국에서 생산 베이스를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미주 지역 자동차강판 공급을 위해 미국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년 초 부지를 확정해 착공에 나서고, 2029년께 제철소를 완공하는 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미국 테네시주 공장을 증설해 연간 생산 능력을 550만개에서 1200만개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질러놓고 상대국이랑 맞춤형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며 "정부 차원에서 총력전을 벌이는 일본이나 인도 등과 달리 한국은 지금 카운터 파트너가 공백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플랜B, 플랜C 등을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이 대미 흑자가 크다고 하지만 현지 투자 금액이나 관광, 유학 등 전체적으로 보면 대미 흑자비율은 낮출 수 있다"며 "우리 정부는 협상 카드로 '패키지딜'을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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