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는 없다. 현대사회는 다양성과 복잡성이 극대화된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상의 갈등은 우리 주변에 끊임없이 발생한다. 성별 갈등, 이념 갈등, 종교 갈등, 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갈등 등 개인과 집단, 조직과 사회 전반에 걸쳐 크고 작은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때로는 그 양상이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이 심화될수록 사회는 분열과 혼란이 가중되며, 공동체 내 신뢰가 무너져 더불어 살아간다는 감각마저 상실되고 있다.
어느 사회나, 어떤 관계나 갈등은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이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해결하지 않는다면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기 어려우며 개인의 행복과 안정도 보장될 수 없다. 따라서 개인과 조직 모두는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갈등을 유연하게 풀어갈 수 있는 의사소통 기술과 협상 및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갈등관리의 첫 단계는 갈등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유형을 구분하는 것이다.
단순히 '서로 다를 수 있다'라는 차이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갈등의 원인이 이해관계의 상충에서 비롯되는 욕구 갈등인지, 신념이나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가치관 충돌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갈등 유형 구분은 시카고 대학의 토마스 고든 박사가 LET(Leader Effectiveness Training, 리더 역할 훈련)에서 제시한 이론이다. 과학적 검증과 그 실효성이 인정되어 세계 500대 기업에서 갈등관리에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의 유형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해결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갈등 관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가치관 충돌은 특정 이슈나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는 경우이다. 이는 성장배경, 도덕적 기준, 문화적 경험 등 사람마다 정체성을 형성하는 요소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치관 충돌은 때로 감정적 대립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관계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가족이나 친밀한 관계에서도 정치, 종교와 같은 민감한 주제에 관한 논쟁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가치관이나 신념의 차이는 합의점을 찾을 수 없으며 감정적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반면, 욕구 갈등은 서로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 돈, 시간, 업무 등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로, 양측이 협상과 조정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가령, 시간과 예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업무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들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대방의 욕구를 잘 파악한다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따라서 욕구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단지 개인적인 대인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의 성과와 협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갈등 해결 방법의 중요성은 급변하는 사회 환경과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시대적 흐름 속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조직의 리더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 중 하나가 바로 갈등 해결 능력이다. 유능한 리더는 단순히 지시하고 통제하는 존재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욕구와 조직 내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조율하는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기술적인 접근은 조직의 생산성과 구성원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한 중견 전자회사에서 기술 개발 부서와 마케팅 부서 간의 갈등으로 인해 회사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 사례가 있다. 기술 개발팀은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마케팅팀은 빠른 시장 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기에는 사소한 의견 차이로 시작된 갈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양측의 감정이 격화되면서, 결국 부서 간의 협업이 불가능해졌고 주요 프로젝트의 일정이 지연되었다.
대표는 이러한 사태가 단지 일시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방관했지만, 신제품 출시는 미뤄지고 시장 점유율은 급격히 하락했으며 회사의 재무 상황도 악화되었다. 회사는 재정적으로 막대한 손실뿐만 아니라 갈등을 겪었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조직의 사기와 안정성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것이다.
이 경우 리더의 중재자 역할이 필요했음에도 리더는 이를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갈등 해결 능력이 부족한 리더십이 조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얼마나 크고 광범위한지를 알게 해준 사례로서 회사의 장기적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토마스 고든 박사는 "당신이 한 조직의 리더가 되었다면 구성원의 지지를 얻고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갈등 해결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 차이와 이해관계의 충돌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리더의 역량이 평가되는 것이다. 리더는 집단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깰 수도 있는 존재이다. 조정자이자 중재자로서 갈등해결 능력이 조직의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해야 한다.
개인 간에도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방식은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위에서 제시한 갈등의 유형을 명확히 구분하여 감정보다는 해결책에 초점을 맞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떤 갈등상황이라도 서로에 대한 존중을 잊지 않는 것은 자신의 태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과 같다. 우리 각자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그리고 그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기이다.
인성교육진흥원 위유미 원장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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