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업계가 글로벌 시장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최근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은 이를 기회 삼아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관세 정책 예의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치면서 식품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한국에 고관세가 적용되면 미국 매출 비중이 큰 식품기업들의 성장세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농식품 수출 1위 국가다. 지난해 대미 농식품 수출액은 15억8870만달러(약 2조2000억원)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대미 수출 품목 1위는 라면이며 각종 음료와 베이커리 제품, 김치 등도 뒤를 이었다.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판매가를 올리게 되면 미국 내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고, 판매가를 동결하게 되면 매출과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삼양식품의 경우 라면 제품을 현지 공장이 아닌 전략 수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셈법이 복잡하다. 대상 종가도 김치 수출 주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세 포함 국가나 품목, 시기 등 구체적인 행정명령이 나오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 라인 없이 수출에만 의존하는 기업들은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수익성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푸드, 美→中 무게 중심 이동
국내 식품업계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감안해 해외 시장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인구 14억명의 거대 시장인 중국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식품의 중국 수출액은 ▲2022년 21억9703만 달러 ▲2023년 20억4615만 달러 ▲2024년(11월까지) 18억6334만 달러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식품기업들이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업계는 올해부터 중국 매출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올해 중국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고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중국 경기 부양책 실시로 식료품이나 생필품 등 생활 필수재 부문으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오리온은 올해 중국 시장에서 인기 제품 위주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건강식 트렌드에 맞춰 식물성 육포와 오트쿠키 등을 적극 확산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말 중국 내 영업체제를 '간접 영업체제'로 전환해 영토가 넓은 중국 시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삼양식품도 중국 시장을 최우선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해외 매출 중 중국 비중이 25%에 달하는 만큼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2월 삼양식품 싱가포르 유한회사(가칭)를 설립하고 647억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오는 2027년 1월 완공을 목표로 중국 자싱시에 생산 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공장은 중국 내수 전담 생산기지로 운영될 예정이다.
빙그레는 올해 중국 시장 내 냉동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박람회 등을 통해 중국 내륙 지역 소비자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빙그레 전체 매출에서 중국 법인 매출 비중은 2.8%다. 다만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규모는 109억원으로 1년 새 25.3% 성장했다.
◆한한령 해제에 기대감
이르면 5월 중국이 한한령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식품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한령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도입된 이후 8년간 유지됐다. 이로 인해 롯데웰푸드는 상하이와 베이징 공장을 매각해야 했고, CJ제일제당·풀무원·오리온·농심 등 주요 식품기업들도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한한령이 해제되면 중국 소비자들이 K-푸드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어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한한령 해제가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과거에도 해제 가능성이 여러 차례 언급됐지만, 실제로 시행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한령이 해제되더라도 단기간 내에 매출이 급증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한령 해제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에서 K-푸드의 인지도를 활용한 현지화 전략을 펼쳐 성장 기회를 적극 모색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