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매기기로 하면서 불황에 시달리던 국내 철강업계의 실적 회복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각사별 계약 구조와 기존 공급망을 고려할 때 실적 개선까지는 다소 시차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후판 최대 수요처중 하나인 조선업계에서는 재료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자원통상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0일 중국산 후판에 27.9%~3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024년 7월 현대제철이 제소한 중국산 후판 반덤핑 조사에 대한 예비 판정 결과다. 업계에서 20~25% 수준의 관세 부과를 예상했던 것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번 관세 부과 조치는 국내 후판 생산 철강 업체들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2022년부터 국내 철강업계의 후판 내수 판매물량은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지난 2021년 33만톤에서 2023년 125만톤으로 약 4배 증가했다.
이는 건설, 기계 등 비조선 수요 위축이 지속된 점과 중국 내수 부진에 따라 물량 유입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조선향 후판 수요는 지난해 전체 판매량 기준 56%를 차지하는데, 조선사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산 비중을 20~30% 수준까지 확대해 국내 철강사들의 후판 내수 판매량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따른다.
이달 기준 한국산 후판의 톤당 가격은 90만원이다. 중국산은 이보다 20~30%가량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 이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던 국내 철강사의 후판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쏠리고 있다.
다만 각사마다 조선사 간 후판 공급 방식과 가격 조건이 상이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의 후판 매출 비중은 별도 기준 각각 15%, 13% 수준으로 연결 매출액 규모를 고려하면 후판 가격과 판매량 개선에 따른 실적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동국제강의 경우 후판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23% 수준으로 반덤핑 관세 부과로 인한 실적 개선의 폭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산 저가 후판 유입으로 국내 시장이 상당한 영향을 받아왔다"라며 "이번 반덤핑 관세 조치는 국내 철강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일정 부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상황과 수요 변화에 따라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들은 높아진 건조 비용으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선사들의 원가 비중에서 재료비는 50% 이상이다. 특히 선박 제조공정 전반에 쓰이는 후판의 가격은 조선사들의 수익구조와 직결된다.
이러한 수익 문제로 조선업계과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협상은 지난 2024년 9월 시작됐으나 올해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은 조선업계 원가 구조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에 이번 조치로 건조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라며 "철강업계와의 협상 과정에서 조율이 이루어진다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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