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현실화하면서 국내 수출 기업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무관세를 노리고 캐나다와 멕시코를 생산기지로 활용했던 삼성전자, LG전자, 기아 등 국내 주요 제조기업들은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은 수출 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멕시코 북부 몬테레이에서 연간 약 26만8000대(2024년 기준)를 생산하며 이 중 65%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미국에 수출되는 K3, K4 등 소형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 점유율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멕시코에서 수출하는 차량의 가격이 상승할 경우 기아의 경쟁력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기아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 인근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법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두 공장 합쳐서 연간 70만대가량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조지아의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생산능력을 기존 연간 30만대에서 50만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미국에서 약 120만대 생산이 가능하다.
기아는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멕시코 관세 부과로 영향을 받는 건 2025년 기준 K4 1개 차종 약 12만대 정도다"며 "단기적으로 부과된 관세만큼 추가 부담이 발생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이나 생산지 조정 등을 통해 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수익성을 훼손할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전자업계의 피해도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 공장에서 TV,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을 연간 약 1000만대 규모로 생산하고 있으며, LG전자 역시 레이노사와 몬테레이 등지에서 TV와 냉장고, 오븐 등 가전제품을 연간 약 600만대 이상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미국 수출의 주요 거점으로 멕시코를 활용해왔기 때문에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는 멕시코에서 진행하던 세탁기 생산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옮기는 방안을, TV와 냉장고 등은 멕시코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생산한 물량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LG전자도 멕시코 생산량을 조정해 미국 수출 물량을 남미 국가로 돌리고 미국 내에서 소비되는 물량은 미국 내 공장이나 다른 국가에서 생산해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인 이항구 박사는 "관세 25% 부과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특히 미국은 자동차가 일상품인 만큼 관세 부과로 가격이 올라가면 판매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완성차 업체는 물론 자동차 부품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기업들은 우선 생산량 조절이나 재고 관리 등 단기적인 대응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관세 정책에 맞춰 제품별 최적 생산지를 확보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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