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서 882억 부당대출 적발
금감원 "기업은행, 보고 누락·자료 삭제…내부통제 무력화, 엄정 대응"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배우자·친인척·입행동기·사모임 등 이해관계자를 통해 거액의 부당대출을 실행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이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적발됐다.
25일 금감원은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검사사례'를 발표하고, 전·현직 임직원과 그 가족, 사적 관계자 등 이해관계자들과 연계된 조직적 금융사고를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부당행위에 대해 엄정 제재하고, 범죄 혐의자는 수사기관에 통보·협조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이 밝힌 사례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IBK기업은행이다. 금감원 현장검사 결과, 퇴직직원 A씨는 은행 재직 중인 배우자(심사역)와 입행동기(심사센터장·지점장), 사모임, 거래처 등을 동원해 임직원 28명과 공모하거나 도움을 받아 총 882억원(58건)의 부당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A씨가 연루된 785억원(51건)의 대출은 대부분 허위 증빙과 자기자금 위장 등 수법으로 이뤄졌다.
A씨는 거래처 자금을 동원해 자금력을 위장하고, 이를 배우자인 심사역이 묵인한 채 여신을 승인했다. 이후 건설사 청탁을 받고 부동산 미분양 상가 관련 216억원의 대출을 입행동기를 통해 알선하는 등 중개 역할도 했다. A씨에게 금품을 수수하거나 골프 접대를 받은 임직원만 최소 23명에 달하며, 고위 임원에게는 점포 입점을 청탁하고 그 자녀를 본인 소유 업체에 취업시킨 뒤 급여 명목으로 금전을 지급하기도 했다.
심각한 것은 기업은행의 내부 통제 실패다. 지난해 8월 해당 부서가 A씨 연루 정황을 제보받고도 금감원에 제때 보고하지 않았으며, 허위·축소 보고는 물론, 관련 자료 271건을 삭제하며 조직적 검사방해까지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측은 "대출 돌려막기 수단이 차단됨에 따라 부실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은 국책은행이든 시중은행이든 동일하게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기관인 만큼, 내부통제 기준 역시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은행 사례처럼 국책은행이라고 해서 통제 기준이 완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이번 부당대출 사례가 최근 시행된 '책무구조도'의 첫 적용 사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해당 사례는 2025년 1월 책무구조도 시행 이전에 발생한 건으로, 소급 적용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책무구조도 시행 여부와는 별개로, 해당 은행에는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개선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라며 "향후 유사한 거래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무구조도에 경영진의 의무를 명확히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도 전·현직 임원 4인에게 총 116억원 규모의 고가 사택을 무단 제공한 사실이 금감원 검사에서 드러났다. 내부 통제나 규정 없이, 현직 임원은 자신이 사용할 사택을 본인이 승인했으며, 전직 임원은 사택을 임차하는 것처럼 꾸며 받은 보증금을 개인 분양주택 잔금 납부에 사용했다. 이후 해당 주택은 회사에 제공되지 않았고, 제3자에게 임대돼 이득을 챙겼다.
이 수석부원장은 "가상자산사업자의 경우 금융회사가 아니어서 관련 규제 적용이 미비하고, 내부통제에 대한 인식 수준도 낮은 상황"이라며 "해당 사택 계약은 제도적 절차 없이 이뤄졌고, 임원이 개인 이익을 위해 사택 제도를 악용한 전형적인 사례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은 이번 사례 역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정기 검사가 아니라, 다른 검사 과정 중 우연히 포착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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