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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전셋집의 시대가 저물어간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월세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주택 임대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계약 247만6870건 중 월세 계약은 142만8950건으로 전체의 57.7%를 차지하여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변화는 임대료인상을 제한하는 임대차법 변경으로 인한 신규 전셋값 상승, 1~2인 가구 증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전세사기 여파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 전세금이 원체 비싸서 월세 전환하기가 쉽지 않고 장기적인 전망에 따라 여전히 갭투자가 유효하다고 보는 서울의 아파트도 2024년 4분기 월세 비중이 44%로 아직은 전세보다 적지만, 이 또한 직전 분기 대비 3.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전세제도는 한국 주택 임대차 시장의 독특한 형태로,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1980년대 고성장 시기에는 집주인들이 연 15~20%의 고금리 환경에서 보증금을 받아서 은행에 예치하거나 투자의 기회비용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전세비율은 극에 달했다. 집값도 전셋값도 꾸준히 오르던 시기에는 전세를 낀 채로 주택을 매입하고, 보증금을 올려가며 다시 전세 낀 집을 늘리는 레버리지 효과를 활용했다. 이는 다주택자가 증가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으며, 1980~90년대의 한국 부동산 시장의 급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2000년대 들어서 금리가 5% 미만, 2010년대부터는 2% 이하로 하락하면서, 집주인으로서는 전세를 유지할 유인이 줄어들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반환 부담 문제가 부각되면서, 임대인들은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이제 월세가 대세가 되는 흐름은 거의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전세계약이 줄어들면 실거주 수요가 핵심이 되고, 입지가 좋은 지역(서울, 강남, 주요 학군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격차가 더욱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주요지역의 집값은 유지되고 실거주 선호가 낮은 지역은 가격 조정이 커지는 것이다.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의 채무이자 세입자의 채권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재정적 의미를 갖는다. 한국의 공식적인 가계부채 규모 (2024년 기준 1862조원)에는, 전세보증금(약 800조~900조원 규모로 추정)규모가 포함되지 않은 숫자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주택 임대 시 보증금(Security Deposit)이 존재하지만, 그 규모가 훨씬 작고 보통 1~3개월치 임대료를 넘지 않는다. 이에 비해 한국은 가계부채의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금리 정책을 결정할 때 왜곡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전세비율이 한창일 때 생겨난 또 다른 문제는 전세담보대출이다. 이는 무주택자가 목돈을 끌어서 전세금을 내고 그 채권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아 소비하는 중복 대출의 문제이다. 전세제도가 약화되면 가계 대출구조도 단순해지고 채무불감증을 예방할 수 있다.

 

금융권의 입장에서도 전체 대출의 총량이 줄지만, 리스크 또한 줄어들고 전반적인 재무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 지금은 이 같은 변화를 통해서 금융권은 물론이고 국가 전반적인 리스크를 줄이고 내실을 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일부 지역의 집값에 거품이 있다면 가장 큰 원흉은 전세금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의 변화는 굳이 정부가 의도하지 않아도, 이 같은 전세제도의 축소가 일어나면서 시장이 자정 작용을 하는 셈이다. 돈이 없어서 월세를 산다는 뿌리 깊은 시선까지 바뀌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경제라는 것은 굳이 공공이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아도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생물이라는 원론적인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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