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시장의 자랑, '쿠폰'과 '편의성'
내수침체 "소통으로 이겨내야"
전통시장, "특성에 맞춰 성장해야"
"상인회장이 한가해지려면 한없이 한가할 수 있지만 일을 찾아서 하게 되면 끝이 없다. 시장에 관심을 갖고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찾고 다른 시장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배워야 한다."
김동용 신영시장 상인회장(65·사진)은 시장에서 일한 지 올해로 32년째다. 과거 신영시장이 가로정비 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시장 상인과 정부 간 마찰이 생겼는데 일선에서 조율을 맡은 게 시작이었다. 상인들이 힘을 합쳐 원하는 바를 끌어냈다. 그가 시장 일에 푹 빠지게 된 계기다.
신영시장은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전통시장 17곳 중 6번째로 규모가 크다. 연면적 4520㎡ 규모로 점포 101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먹거리부터 수산물, 육가공류 등 다채롭다. 대통령상을 3번이나 받았으며 최근 수상은 지난 2023년에 받은 '전통시장 활성 유공 표창'이다.
◆ 신영시장의 자랑, '쿠폰'과 '편의성'
김 회장은 신영시장의 키워드를 두고 '비교 불가'라고 했다. 신영시장만의 색깔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디지털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물건을 팔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편의성이다. 신용카드 결제도 문제없다. 고객이 신용카드를 내밀더라도 상인들이 싫은 기색 하나 없이 받아준다. 앞으로는 QR코드 결제도 활성화하려고 한다.
그는 "신영시장이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고 있다"고 했다. 동네에 시장 3곳이 밀집했으며 불과 1㎞ 거리에 대형마트도 있다. 물건의 질이 나쁘면 손님의 발길이 끊기기 딱 좋은 조건이다. 아울러 '서민밀집구역'에 있는 만큼 생존을 위해선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품질과 가격으로 대결해야 한다. 재료를 사서 집에서 요리하는 손님을 끌어들여야 하는 것.
'쿠폰사업'도 신영시장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대형마트에서는 물건을 사면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경쟁을 위해선 추가 혜택이 필요하다고 봤다. 쿠폰은 5000원에 한 장씩 지급한다. 16장을 모으면 1000원짜리 상품권으로 교환해 주며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쿠폰마다 고유번호를 부여해 위조도 불가능하다.
쿠폰은 신영시장 축제 때 효자 역할을 제대로 한다. 50장을 모으면 경품 추첨에 참여할 수 있어서다. 경품은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2만원짜리가 70%, 1만원이 20%, 5000원이 10%다. 지난해 축제에는 시작 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서 대기했다.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그는 시장이 생존하기 위한 콘텐츠를 기획하기 위해선 누군가 희생하고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지에 있는 유명한 시장이 우선 시행한다고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 목표 의식을 가지고 시장에 맞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김 회장은 "남이 하니까 따라서 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일하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한다. 성실함은 기본이고 누군가는 앞장서서 기획을 해야한다"고 했다.
◆ 내수침체 "소통으로 이겨내야"
김 회장은 올해 시장 전반적으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며 걱정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오후 10시까지 가능했던 영업시간이 오후 8시로 축소됐다. 겹악재로 내수침체도 장기화 하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소비심리가 꽁꽁 얼었다.
한파가 길어질수록 성실하게 생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부사업을 찾아서 유치해 소비자를 끌어 들여야 한다는 것. 상인회장은 물론 상인들이 쉴 틈이 없는 이유다. 기본적으로 상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성'이다. 상인회장은 좋은 사업을 잘 고르고 상인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한때는 상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매달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제는 상인들이 믿고 맡겨줘서 감사한 마음이다.
그는 독단적으로 사업을 벌리기 보단 상생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상인들이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문객이 저렴하게 물건을 사야 한다.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면 추가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지난 명절에 온누리상품권 1억5000만원을 가져와 모두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어르신을 위한 모바일기기 사용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모바일로 결제하면 명절에는 15%, 평상시에는 10%를 할인한다. 80~90살 어르신도 할인해 준다고 하면 열심히 배운다. 상인회 차원의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신영시장은 현금이 필요 없는 시장이다.
김 회장은 "시장이 현금만 고집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장사를 하려면 항상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상인들에게 신용카드 받아도 세금 많이 내지 않으니까 과감하게 도입할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 전통시장, "특성에 맞춰 성장해야"
김 상인회장은 전통시장의 획일적인 운영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시장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맞춰야 한다"면서 "상인회장은 지속 가능한 사업을 선택해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에 있는 상인회를 다니면서 전통시장 살리기를 주제로 강의한다.
그는 "시장이 어려워지는 가장 큰 문제는 현 상인회장과 전임자의 분쟁으로 쇠퇴하는 시장에서 반드시 발생한다"면서 "상인회장은 상인들에게 충분하게 사업을 설명하고 전임자는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손님이 없는 시장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없다"면서 "시장에는 물건 구매자도 오지만 관광객, 외지인의 발길도 잦다. 젊은 사람들이 즐길 거리가 풍부해야 한다"고 했다.
시장의 위생도 중요하다. 평상시 위생은 기본이고 축제 때도 청결함을 유지한다. 지난해 신영시장 축제에 1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거리에서 맥주를 마시고 즐겼지만, 쓰레기는 단 80ℓ만 배출했다. '쓰레기 없는 거리'를 콘셉트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상인회장의 투명한 예산 운영은 필수다. 상인들은 돈과 가까운 직업이다. 투입한 자금 대비 낮은 질의 축제가 이뤄지면 의심한다. 그는 물품 내역 대장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조언했다. 상인이 원할 때 언제든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김 회장은 "시장의 흥행은 상인회장의 고민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소통과 함께 청렴하게 운영해야 한다"면서 "전국에 있는 모든 전통시장이 발전하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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