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5월 초 연휴 소비지표 따라 성장률 조정폭 결정
"경제부총리 사퇴로 불확실성 지속 우려"
【밀라노(이탈리아)=나유리 기자】 "경제부총리 사퇴 이후 곤혹스러운 한 주를 보냈다. 7월 9일까지 미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를 협상해야 하는데, 6월 3일 선거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관세 협상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한 뒤 국내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90일 유예된 관세 협상을 위한 기본 틀을 마련했다. 이번 사퇴로 경제와 관련해 주요 결정을 할 사람이 없어지면서 7월 9일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관세 협상이 어렵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6월 3일 선거가 끝난 뒤부터나 협상을 할 수 있다"면서도 "이 경우 시간이 없고, 기존 협상체제가 흔들리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다음 정부 전까지 협의를 진행하다가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5월 '내수' 따라 성장률 전망치 하향
이 총재는 이달 말 발표할 수정 경제 전망과 관련해 "성장률을 내려야 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얼마나 내려야 할 지는 다음 주 정도까지는 데이터를 다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1~3월)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한은의 2월 전망치 0.2% 보다 0.4%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1분기부터 예상치를 하회했기 때문에 연간 성장률을 낮춰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러한 흐름이 5월까지 이어지는 지 보고 감소폭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1.3%에서 1.0%로 낮췄다. 골드만삭스·JP모건체이스(0.5%), 씨티그룹(0.6%), ING그룹(0.8%) 등 글로벌 투자은행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0%대로 예상했다.
그간 우리나라는 수출이 부진할 때는 내수가 버텨주고, 내수가 어려울 땐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 소비동향을 파악하는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연속 감소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수출마저 경고등이 켜졌고, 경제 사령탑 마저 사퇴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는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5월 초 연휴가 있기 때문에 소비가 얼마나 나올 지 확인해 봐야 한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가 떨어지고 있는데 얼마나 떨어지는지, 내수(소비·투자)를 보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 "금리인하 실기론 부적절"
이날 이 총재는 금리인하 시기를 놓쳐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지난 4월 금리를 내렸으면 성장률 전망치가 바뀌었을 지 의문"이라며 "한두 달 금리인하를 여부를 두고 실기론이라고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는 ▲지난해 12월 6만 8216호에서 ▲1월 5만 2796호로 감소한 뒤 ▲2월 7만 677호 ▲3월 7만 8217호로 증가했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도 같은 기간 7291호→7287호→8830호→1만3592호로 늘었다.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을 늘어나고, 주택을 판매하려는 사람은 가격을 높여 집값이 오를 수 있다.
지난달 장중 1482.90원까지 치솟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오후 3시시 기준 1405.30원으로 내렸다.
이 총재는 "미·중 관세 협상이 잘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아시아 통화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협상)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율 변동성은 끝난 것으로 보면 안된다"고 했다. 내수 회복과 수출 둔화 등 금리를 내려야 할 요소는 많지만 언제까지 얼마나 내릴 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중장기 리스크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꼽았다. 그는 "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국내경제는 불확실성이 좀 안정되길 바랐는데 그게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다른 나라와 달리 대외 불확실성 만큼이나 대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므로, 대내 불확실성이라도 빨리 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