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4월 위기설은 넘겼지만 장기 불황으로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미 올해 들어 중견 건설사를 중심으로 법정관리 신청이 잇따른 가운데 공사 미수금 등이 가파르게 늘면서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8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13개 건설사들의 2024년 말 기준 합산 차입금은 8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까지 거의 없었던 순차입금은 2022년부터 급증했다.
반면 이들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6.7%에서 2024년 0.4%로 급격히 악화됐다.
건설사 차입금이 늘어난 것은 공사미수금과 미청구공사 등 매출채권이 주요 원인이다. 2024년 시공능력순위 1~50위 건설사 합산 매출채권(미청구공사 포함, 삼성물산, 한화 등 제외)은 작년 말 기준 45조7000억원으로 2020년 말 대비 84%나 급증했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28%에서 2024년 45.7% 수준까지 높아졌다.
전지훈 한신평 연구위원은 "국내 주택과 분양 시장은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기조 하에서 올해 들어서도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분양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공사원가 상승과 해외사업 등의 예정원가 조정으로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매출채권을 비롯한 운전자금이 누적되면서 재무부담 또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분양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방 주택과 비주택을 중심으로 분양실적이 저조한 현장이 늘고, 이미 착공한 현장 가운데 분양일정을 연기하거나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곳도 나오면서 분양수입금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장의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다. 전국 미분양 주택수는 7만호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며, 매출채권 회수 지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준공후 미분양은 올해 2월 말 기준 약 2만4000호에 달한다. 미분양으로 쌓인 매출채권은 향후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분양경기가 좋을 때 착공했던 주택사업장 상당수가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에 준공한다. 공사비 상승으로 세대당 공사원가가 늘고, 도급액 증액 과정에서 발주처와의 공사비 분쟁으로 대금회수가 지연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신평이 BBB- 이상 16개 건설사의 분양형 진행사업장을 대상으로 매출채권 회수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통상 공사대금 회수가 가능한 분양률 75%에 도달하지 못한 현장이 약 16%였다. 착공 이후 분양을 개시하지 않은 분양 전 현장까지 포함하면 26%에 달한다. 준공 이후 단기간 내에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는 매출채권 미회수 익스포저는 5조1000억원에서 최대 8조8000억원이다. 작년 말 자기자본 대비 12.8~21.8%에 달한다.
특정 건설사가 아니라 건설업 전반에 경고 신호가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도급대금의 법정 지급기일(60 일)을 초과해 기성을 지급한 사례가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단순한 지급 지연을 넘어 종합건설사의 유동성 한계가 협력업체까지 전이된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이 시공능력평가 100위 업체를 대상으로 통합 스트레스 테스트 민감도를 분석한 결과, 한양산업개발(91위)과 태영건설(24위)이 높았다. 두 곳 모두 운전자본과 우발부채 스트레스 항목에서 민감도가 컸다. 스트레스를 반영한 순차입금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기업은 24개사로 나타났다. 이 중 200%를 초과한 기업은 한양산업개발, 태영건설, 대보건설(53위), 대방산업개발(77위), 동원건설산업(65위), 일성건설(56위), 이수건설(85위), 롯데건설(8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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