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계가 생존 기로에 놓였다. 고금리 지속으로 신규 차주 발굴에 어려움을 겪은 탓에 수익성이 나빠졌다. 일부 국내 대부업체는 물 건너 동남아시아에 전당포를 차리는 한편 아예 간판을 내리는 대부업체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국 등록 대부업체는 8437곳이다. 연간 300여곳이 문을 닫은 결과다.
대부업체의 경기한파에 불법사금융이 난립한다. '대부업체=불법사금융'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으면서 이미지 쇄신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불법사금융이란 제도권 밖에서 금융업을 영위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업체는 금융당국이 정한 법정최고금리를 준수하는 정식 금융회사다. 은행권 대비 대출금리가 높지만, 유동성이 큰 자영업자나 저신용자에게는 필요한 기관이다.
올해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집을 살펴봤다. 소상공인과 서민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책금융자금을 확대하거나 내수 활성화와 캐시백 등에 초점을 맞췄다. 서민금융기관의 자립과 영업환경을 조성하겠단 공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저축은행이 중저신용차주를 위해 취급하는 햇살론이나 사잇돌도 결국 세금이다. 당장 시장에 자금을 풀면 팍팍한 살림살이가 나아지겠지만 지속가능 여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일이다. 향후 대부업체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놓였을 때는 불법사금융이 최선의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어떤 분야든 산업 기반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과거 필리핀은 세계 최대 규모의 쌀 생산 국가였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어선 세계 최대 규모의 쌀 소비국가로 변모했다. 쌀값이 치솟자, 정부가 쌀 가격에 상한제를 도입하면서다. 농부의 소득이 감소하자 자연스럽게 농산업에 관한 공급과 투자가 감소했다. 덩달아 농경지 출신 도시 난민도 대거 발생했다. 세계 최대 곡창지대에서 쌀을 수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국내 대부업계가 과거 필리핀과 유사한 상황에 놓였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면 갚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저축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소득수준이 낮아 신용이 떨어진 사람에겐 더 가혹한 대출이다. 그러나 당장의 곡소리를 피하고자 서민금융기관의 쇠락을 방치해선 안 된다. 대부업계 생존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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