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통화정책에 있어 큰 걸림돌은 가계부채다. 정책대출을 늘려도 그 돈이 모두 부동산으로 쏠린다. 금융기관에 부동산 부문 신용잔액(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준 돈 중 아직 회수되지 않은 금액)은 현재 약 2000조원 정도이고, 전체 민간 신용의 절반가량은 부동산 부채이다. 또 경기침체로 대출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만은 줄어들지 않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주주들이 주식을 사서 주가를 올려놓아도 사업이 아닌 부동산에 돈을 쓰니 자기자본수익률(ROE)은 제자리다. 투자의 타당성보다는 부동산으로서 화폐가치 하락을 상쇄하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 방향성을 가늠키 어려울 때에 늘 그렇듯 서울 집값은 상승하고 있다. 진보가 정권을 잡으면 보유세가 오르지만 그 대부분이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돈을 풀면 통화가치 하락으로 명목가격이 오를테니 지금은 팔 이유가 없다.
보수가 정권을 잡으면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고, 거래를 늘려서 투자심리를 자극할테니 지금 팔지 않는다.
집 없는 서민들은 집 사기가 점점 어렵다. 규제지역인 서울에서 대출로 집을 살 때 보통 LTV가 40%라면 평균 아파트 가격인 13억중 8억은은 있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분형 주택금융을 제안했다.
집을 사는 것을 막을 수 없으니 차라리 부족한 돈은 대출이 아닌 주택금융공사가 일부 지분을 갖는 형태로 투자하자는 것이 '지분형 주택금융'의 요지다. 가령, 무주택자가 자기자본 10%만 있으면 주택금융공사가 50%의 지분을 갖고 나머지 40%를 대출받아서 집을 사는 방식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차주가 아닌 지분권자이니 이자가 아닌 지분에 대한 소액의 사용료만 받는다.
이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집값이 향후 하락할 때이다. 이 때는 주택금융공사의 지분 50%를 후순위로 배치해서 그 손실을 먼저 떠안는 것이 우선의 초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정책은 여러 면에서 리스크가 있다.
첫째, 양극화를 가속할 우려다. 주택금융공사도 결국 손실의 위험이 큰 지방에는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만약 정부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행정수도 등 지방의 공공개발에 연계하는 식으로 투자지역을 강제 또는 유도한다면 이는 정부가 나서서 투기를 부추기는 모양이 된다.
둘째, 집주인(실거주자)이 공공지분에 대한 사용료를 연체한다면 결국 지분경매로 이어진다. 그러나 어느 응찰자가 반쪽짜리 지분을 갖기 위해 그 값을 온전히 써내겠는가. 이는 은행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은행은 '회수 불확실성'을 금리에 반영하는 본능적 존재이기에 금리를 높이거나 대출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만일 이를 막기 위해 공공이 일괄매입하는 등 별도 제도를 둔다고 해도 이는 곧 공공부문의 손실로 대신한다는 뜻이다.
셋째는 매각 의사결정의 왜곡 문제가 있다. 결국 그 집을 파는 것은 10%만 투자한 집주인의 의사에 달려있다. 하락시장에서는 10%를 깎든 50%까지 깎든 후순위 지분권자인 공공이 고스란히 손해를 볼 뿐, 집주인은 손해가 없다.
게다가 집주인이 집을 반값에 파는 대신, 공공지분 없이 온전한 집을 헐값에 사는 매수인으로부터 차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받는 탈법적 보상거래가 있을수도 있다. 만일 이를 위해 주택금융공사가 공동 의결권이나 매각승인제도를 둔다면, 그렇게도 호가를 안 내리던 집주인들의 담합을 오히려 공공이 대신하는 셈이다.
오르면 내 이득은 반쪽, 떨어져도 손해는 없다면 무주택자들은 어디로 움직이게 될까. 스스로 가격을 정하는 시장경제의 자정기능은 한걸음씩 늦는 듯 보여도 강력하다. 그 기능을 발휘하도록 집값안정을 막는 규제를 줄이거나, 돈이 부동산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도록 다른 금융투자환경을 개선하는 것. 이를 능가하는 묘안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 컨설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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