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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앱 통한 카드론 대출, 사기죄 아니다

김지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최근 대법원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카드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행위를 두고, "애플리케이션 기반 대출은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4도18441 판결). 대법원은 변제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거액의 대출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어 사기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했다.

 

피고인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피해자 카드사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850만원의 카드대출을 신청했다. 이외에도 복수의 카드사로부터 총 1억원이 넘는 대출을 같은 날 동시다발적으로 신청해 받았다. 피고인은 거래처에 지급할 대금과 사채 채무가 2억원 상당에 달했으며, 지인들에 대한 채무 또한 1억원 상당에 육박한 상태였다. 매월 변제해야 하는 카드 대출 원리금이 피고인의 월수입을 초과하는 등 정상적으로 대출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동시다발적으로 카드 대출을 받는 경우 대출정보가 서로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다수의 카드사로부터 동시에 거액의 대출을 받은 것이다.

 

1심 법원과 원심 법원은 "피고인이 사실상 변제 의사와 능력이 없으면서 카드사들을 기망해 대출을 받았다"고 보고 사기죄 성립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기존 판례들을 인용하며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착오를 일으키게 해야 성립하는 범죄"라는 점을 확인하고,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형법 제347조 사기죄의 성립요건인 기망행위는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 즉, 사람이 아닌 전산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행위에는 사기죄의 핵심 요건인 '기망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들로부터 카드론 대출을 받기 위해 휴대전화에 설치된 피해자 회사들의 애플리케이션은 자금용도, 보유자산, 연소득정보, 부채정보, 연소득 대비 고정 지출, 신용점수 등을 입력한 데 따라 대출이 전산상 자동적으로 처리되어 송금받을 계좌로 대출금이 송금된다. 실제로 그 대출신청을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에 피해자 회사의 직원이 대출신청을 확인하거나 대출금을 송금하는 등으로 개입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은 없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대출 신청 과정에서 입력한 정보가 허위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대출 신청과 승인, 송금 등 모든 절차가 카드사 직원의 개입 없이 전산으로 자동 처리되었기 때문에 사람을 기망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피고인이 대출 신청 과정에서 입력한 정보가 기망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람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이상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전자적 방식으로 이뤄지는 금융거래에서의 형사책임 범위를 재정립한 판결로 평가된다. 특히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대출이 일상화된 금융 환경에서 '기망행위'의 대상이 사람인지 여부가 사기죄 성립 여부를 가르는 핵심기준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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