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선 교육 공약의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와 '대학 구조 개편'이었다. 두 후보가 제시한 이번 대선 교육 공약은 AI, 디지털, 대학 구조 개편 등 시대 흐름에 맞는 키워드는 담았지만, 정작 교육 현실을 바꾸기 위한 근본 대책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입시와 사교육 문제를 외면한 채 '기술'과 '구조' 중심의 개혁만을 내세운 점은 교육 정책의 핵심에서 멀어졌다는 평가다.
■ '서울대 10개'?…재정·형평성 과제 산적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역균형발전과 대학 서열 완화를 동시에 겨냥한 대표 공약으로 꼽히지만, 실현 가능성을 두고는 논란이 크다.
지방 거점국립대 9곳의 교육투자 수준을 서울대에 맞추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대는 연간 약 9000억원의 예산을 받지만, 거점대학은 이보다 훨씬 적은 지원을 받는다. 단순 계산만 해도 연 수조 원 규모의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형평성이다. 국립대에만 예산을 집중할 경우, 사립대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노조 등 일각에서는 "사립대와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예산만 늘리는 방식은 또 다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최근 대선 정책 건의서를 발간하고,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에 대해 "전체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사립대학의 안정적인 재정 지원해야 한다"라며 "사립대학들의 재정 위기를 외면한 채 거점 국립대에만 집중적인 예산 투입이 이뤄질 경우 고등교육의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공동학위제, 서울대의 동참 가능성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서울대와 지방대 간 교수·강좌 공유, 공동학위 수여를 통해 지역대학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대 교수회가 제안한 개혁안에도 포함된 내용으로, 일부 학문 분야에서 시범 운영이 논의되고 있다. 김 후보는 "서울대와 지방대 간 공동학위를 통해 교육 기회를 분산시키고, 지방대학의 브랜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구상은 서울대 내부 구성원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23년 경상국립대가 서울대와 우주항공분야 공동·복수학위제를 추진했지만, 서울대 학생 등이 "공정한 경쟁을 거친 우리와 지방대 학생이 같은 학위를 받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해 무산된 바 있다. 현실적으로 서울대와의 학위 공동 발급은 제도적·심리적 장벽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 AI 교과서, 방향은 다르다
AI 디지털 교육을 두고 두 후보는 서로 다른 길을 제시했다. 김문수 후보는 AI 디지털 교과서(AIDT)를 공교육에 전면 도입해 맞춤형 학습을 실현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김 후보는 "학생별 수준과 속도에 맞춘 개인화 학습이 가능하며, 교사 업무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이미 중1 영어·수학을 중심으로 AI 디지털 교과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AIDT를 정규 교과로 사용하는 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기술만 앞세우는 디지털 전환은 오히려 교육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라며 "AIDT는 선택적 학습자료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대신 공공 온라인 학습 콘텐츠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학생이나 지역 격차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후보가 기술 주도의 교육 혁신을 강조했다면, 이 후보는 공공성과 형평성을 중시한 접근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는 AIDT 도입에 대한 준비 부족과 현실과의 괴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서울교사노조 관계자는 "AI를 교육에 도입하려면 교사의 전문성과 수업 자율성을 기반으로, 수업 상황에 맞는 도구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AIDT 중심 정책은 교육 효과도 낮고, 막대한 예산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교육 불평등·사교육비 대책 필요"
이번 대선 교육 공약에서 가장 두드러진 공백은 대입제도 개편이다. 수시·정시 비율, 학종 개선, 킬러문항 문제 등 민감한 쟁점에 대해 주요 후보 모두 입을 닫았다. 이재명 후보는 기존 입시 틀을 유지하되 고교학점제 도입과 연계해 학교 교육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김문수 후보 역시 정시 확대 등 뚜렷한 입시 제도 개편 언급은 피했다.
입시제도 개편이 빠진 공약에 대해 교육 현장과 전문가들은 "민감한 주제는 피하고, 보여주기식 공약만 내놨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사교육비 총액은 약 27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학업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교육 양극화 해소와 입시 공정성 강화 없이는 어떤 교육 혁신도 공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대한민국은 초저출산과 교육 불평등이라는 위기 속에 있고, 그 중심엔 과도한 입시 경쟁과 사교육비 부담이 자리잡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할 실질적 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