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정직하다. 대선 직후 2700선을 회복하더니, 10개월 만에 코스피는 다시 2800선을 돌파했다. 정치 불확실성 해소, 강달러 기조의 완화, 외국인 자금 유입. 모든 퍼즐이 일순간 맞아떨어진 결과다.
하지만 이번 랠리를 설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따로 있다. 단순한 수급의 변화나 대외환경 개선이 아닌, '정책 기대감'이다. 특히 '코스피 5000'을 외친 이재명 대통령의 한마디는 대선 기간 제시한 '단순 목표치'가 아니었다. 시장이 반응한 건 그 숫자보다 '그 말이 제도라는 구조를 바꾸려는 의지'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전 정부의 '밸류업 공시'가 기업 자율에 무게를 둔 점진적 접근이었다면, 이번에는 말뿐인 선언을 넘어 제도를 건드리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시장은 정책의 결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정부는 자사주 소각, 물적분할 신주 우선배정, 상법 개정 등 기업 행동을 유도하는 현실적 개혁 카드들을 꺼내 들었다. 시장은 단순한 부양 시그널이 아닌, 구조를 바꾸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적 의지를 빠르게 감지한 것이다.
정책의 신호가 방향을 제시하자, 수급은 반응했다. 특히 증권과 건설, 지주사를 중심으로 업종 순환이 빠르게 나타났다. 상장사의 이익 전망이 급격히 개선된 것도 아닌데 주가가 오른 건 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강했다는 방증이다.
이제 시장의 눈은 다음 국면을 바라본다. 허니문 랠리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이미 일부 업종에서는 단기 과열을 경계하는 시선이 감지된다. 건설주는 코로나19 시기 수준의 밸류에이션에 근접했고, 은행주는 상승률이 다소 둔화됐다.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본격적인 전환인지 여부는 여전히 확인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랠리를 단지 '대선 직후의 단기 상승'으로만 치부하긴 이르다. 이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는 단순한 증시 부양이 아닌, 구조를 바꾸겠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러한 의지는 가상자산 정책에서도 궤를 같이한다. 규제를 넘어 제도화로, 산업 육성을 향해 방향을 틀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원화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STO) 도입은 자본시장 밖에 있던 자산들을 안으로 들이려는 시도다.
시장은 움직였다. 하지만 시장은 기억도 한다. 수차례의 '밸류업'이 말잔치로 끝났던 경험이 쌓여 있다. 이번이 다르다고 믿게 하려면, 말보다 빠른 입법, 신호보다 분명한 제도적 실행이 필요하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질 랠리가 아니라, 모두의 손으로 불을 지핀 한국 증시의 진짜 '여름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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